손흥민의 ‘기록’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레전드’ 논란 그만 [이슈크래커]

입력 2024-04-03 16:10수정 2024-04-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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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루턴 타운과 경기 후반 41분 역전 결승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캡틴’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토트넘 ‘400경기 클럽’에 가입한 건데요. 비유럽인 선수로선 최초입니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EPL 31라운드 웨스트햄과의 원정 경기(1-1 무승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습니다.

1-1로 전반전이 종료된 후, 토트넘 공식 SNS 계정에는 영상 하나가 게재돼 눈길을 끌었는데요. 바로 손흥민의 토트넘 통산 4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애니메이션이었죠.

영상에서 손흥민은 카메라를 들고 그라운드를 걸어 다니며 본인 기록을 돌아봤습니다. 이는 손흥민의 시그니처 ‘찰칵 세리머니’를 연상케 하는데요. 손흥민의 토트넘 데뷔전이었던 2015년 선덜랜드전부터 데뷔골을 넣은 아제르바이잔 가라바흐전, 2018년 첼시전 30m 단독 드리블 득점, 2019년 번리전 70m 드리블 골 등이 조명됐습니다. 이 골로 손흥민은 국제축구연맹(FIFA) 베스트 풋볼 어워즈 2020에서 그해 최고의 골을 선정하는 ‘푸슈카시 상’을 받기도 했죠. 2016년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파이즈 수브리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 수상자였습니다.

2021-2022시즌 득점왕에 오른 순간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손흥민은 해당 시즌 페널티킥 없이 23골을 넣으면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는데요. EPL 첫 아시아 득점왕이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올 시즌 토트넘 역사상 첫 비유럽인 주장이 된 장면도 포함됐죠.

비록 이날 경기 후반전에선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1-1 무승부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토트넘 공식 채널에는 손흥민을 향한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으나 손흥민은 이날 경기로 토트넘 역사상 14번째로 400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됐죠. “우리의 캡틴”, “레전드” 등 응원 댓글이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손흥민은 레전드가 아니다”라는 강경한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재능보다 ‘인성’을 강조하는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대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었죠. 해설위원이 방송 중 이 같은 말을 남긴 겁니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경기 중 득점 기회를 놓치며 아쉬워하고 있다.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팀은 1-1로 비겼다. (AP/뉴시스)
“손흥민? 훌륭한 선수지만 레전드 아냐”…앤디 타운센드는 누구

앤디 타운센드는 전날(2일) 영국 ‘토크 스포츠’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타운센드는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사우샘프턴 노리치시티, 첼시, 애스턴 빌라, 미들즈브러,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등 다양한 클럽에서 활약한 선수인데요. 아일랜드 대표팀에선 A매치 70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 프리미어리그 215경기에 출전했는데, 1991년 첼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고 애스턴 빌라 시절 리그컵 우승 트로피를 2회(1994년, 1996년) 들어 올렸습니다. 은퇴 후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죠.

타운센드는 방송에서 손흥민을 ‘레전드’로 칭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자, 단칼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타운센드는 “손흥민은 최고의 선수고 훌륭한 선수”라면서도 “다만 전설이라는 단어는 올바른 맥락에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손흥민을 토트넘 레전드로 부르기엔 뭔가 부족하다는 거죠.

그는 “누군가 이전에도 내 대본에 그런 내용(토트넘 전설)을 포함했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내 생각에 손흥민은 스퍼스의 훌륭한 선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전설? 그건 아니다”고 재차 선을 그었죠.

다만 타운센드는 ‘레전드’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진 않았습니다. 손흥민이 레전드가 아니라는 이유도 대지 않았는데요. 해당 발언이 나온 시점은 손흥민이 대기록을 달성한 뒤라 더 깊은 의아함을 자아냈습니다. 손흥민은 지난달 31일 루턴 타운과의 30라운드에서 역전 결승 골을 터뜨리며, 160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이 골로 손흥민은 토트넘 역대 득점 순위 단독 5위로 올라섰죠. EPL 득점 순위에서는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 제로드 보웬(웨스트햄)과 함께 공동 4위에 랭크됐습니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루턴 타운과 경기 후반 41분 역전 결승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팬사이트 즉각 반박…토트넘 전설·전문가들은 ‘호평’

영국 토트넘 팬사이트 스퍼스웹은 3일 타운센드의 발언을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스퍼스웹은 “손흥민은 해리 케인이 팀을 떠난 후 선풍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루턴 타운전 결승골과 함께 토트넘에서 160번째 골을 넣었고 토트넘 역대 개인 득점 순위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기록도 놀랍다”고 전했죠.

특히 “‘레전드’라는 단어는 ‘월드클래스’라는 용어와 마찬가지로 매우 주관적이다. 모든 사람이 단어의 실제 의미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쏘니(손흥민의 애칭)가 토트넘의 레전드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약 쏘니가 아직 프리미어리그의 레전드가 아니라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손흥민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토트넘 역대 최고의 레전드 중 한 명인 오스발도 아르딜레스는 최근 토트넘 홍보대사 자격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했는데요. 그는 토트넘TV를 통해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바꿔놓은 팀 문화, 주장 손흥민과 관련된 일화 등을 전했습니다.

아르딜레스는 “손흥민이 처음 토트넘에 입단했을 때 몇몇 사람들이 다소 부정적인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멍청하게 ‘아, 쟤는 한국에서 왔잖아’라고 얘기했다”며 “하지만 손흥민은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저 잘하기만 한 게 아니고 굉장히 발전했다. 명백히 토트넘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죠.

아르딜레스는 “지난 시즌 토트넘 선수들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플레이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엔지 감독 체제에선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졌다”며 “손흥민은 한 단계 성장했다. 주장을 맡음으로써 책임감을 짊어졌다. (선수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유형은 아니지만, 리더십으로 감동을 준다. 지난 시즌 힘겨워했던 손흥민은 토트넘이 ‘축구’를 하기 때문에 행복해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영국 BBC는 1일 발표한 ‘이주의 팀’ 베스트11 선수 명단에 손흥민을 포함했습니다. BBC 축구전문가 가스 크룩스는 EPL 매 라운드 이후 베스트11 선수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는데요. 크룩스는 지난달 31일 루턴 타운전에서 역전 골을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에 앞장선 손흥민에 대해 “다행스럽게도 요즘 토트넘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이는 건 손흥민뿐”이라며 “그가 없었다면 토트넘은 침몰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부진한 토트넘이 손흥민의 꾸준한 활약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토트넘 홋스퍼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에 패한 후 아쉬워하며 박수하고 있다. (AP/뉴시스)
‘리빙 레전드’ 손흥민, 기록 경신 이어가나…토트넘과 계약 연장도 유력

토트넘에서 최다 출전을 기록한 선수는 스티브 페리먼입니다. 페리먼은 1969년부터 1986년까지 총 854경기를 소화했죠.

현재의 EPL로 출범한 1992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위고 요리스(로스앤젤레스 FC·447경기)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435경기)에 이어 손흥민이 세 번째 기록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두 선수는 다른 팀으로 이적했기 때문에, 사실상 손흥민이 유일한 ‘리빙 레전드’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케인이 떠나며 공석이 된 토트넘 주장직도 손흥민이 꿰찼습니다. 손흥민은 역대 두 번째 한국인 EPL 주장이 됐는데요. 손흥민에 앞서 EPL에서 가장 먼저 정식 주장으로 임명된 한국인은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입니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이적한 퀸스파크 레인저스에서 2012-2013시즌 공식적으로 주장직을 맡았죠. 이후 11년여 만에 코리안 캡틴이 탄생한 겁니다.

지난달 31일 루턴 타운전에선 득점에 성공하면서 토트넘 통산 160번째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1882년에 창단한 토트넘의 긴 역사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다 득점 기록이죠. 구단 최다 득점 랭킹에서 케인(280골), 지미 그리브스(266골), 바비 스미스(208골), 마틴 치버스(174골) 다음 가는 단독 5위에 랭크됐습니다.

손흥민은 EPL 통산 득점 순위에서도 118골로 23위에 있는데, 바로 위에 있는 스티븐 제라드(120골) 기록도 올 시즌에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기록 경신은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손흥민은 올여름 생일이 지나면 32세가 되는데요. 일반적으론 출장 기록 연속성에 우려를 표할 시기지만, 손흥민과 토트넘은 계약 연장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영국 매체 ‘TBR풋볼’은 “토트넘 핵심 선수 손흥민이 현재 구단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 곧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엔지 감독 아래에서 올바르게 나아간다고 생각한다”고 알렸는데요. 이 소식은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를 통해 나왔습니다. 그는 이적 시장과 재계약에서 큰 공신력을 자랑합니다. 이적이 확정될 때 쓰이는 시그니처 멘트인 ‘Here We Go’로도 잘 알려져 있죠. 그는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매우 행복(super happy)하다. 현재 토트넘과 관계가 훌륭해서 재계약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400경기 클럽에 가입한 날, 손흥민은 경기 후 자신의 기록이 아닌 ‘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빅4 경쟁’에 대해 “쉽지 않다. 이런 기회를 자꾸 놓치면 안 된다. 좋은 경기를 했지만, 사실 이렇게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좀 있었다”며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 팀의 색깔이고, 앞으로의 계획이기 때문에 더 잘해 나가고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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