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먹는 하마 ‘AI’…탈탄소 추진 걸림돌

입력 2024-03-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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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데이터 센터만 약 8000개
3일마다 새로운 데이터센터 준공
과도한 전력 사용으로 탄소 배출↑

▲전 세계 주요 국가에 들어선 데이터센터가 8000곳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미국에 들어섰다. 생성형 AI 활성화로 인해 3일마다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방대한 전력 탓에 전력난은 물론 탈탄소 전략까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경기도 안산에 들어선 카카오_데이터센터의 모습. (사진제공 카카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함에 따라 대규모 서버를 갖춘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8000곳을 넘어섰다. 3일마다 새 센터가 들어서는 만큼, 이들이 소비하는 과도한 전력이 ‘탈탄소 시대의 걸림돌로 작용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주최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지난주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CERAWeek)’의 올해 화두는 AI 발전에 따른 전력 공급난이었다고 보도했다.

WSJ는 “데이터센터 가동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만큼 전력망에 부담이 가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며 "빅테크 기업 경영진은 전력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글로벌 곳곳에 데이터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약 8000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이 미국에 들어서 있다.

AI는 물론 가상자산 거래에도 막대한 전력이 들어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와 AI, 가상자산의 전력 소비가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기술 담당 빌 바스 부사장은 “전 세계에서 3일마다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창업자 역시 이번 콘퍼런스에서 “데이터센터의 수익성을 결정하는데 전기가 핵심 요소”라며 “AI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엄청나다”고 우려했다.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국 에너지장관은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회사들이 천연가스와 석탄ㆍ원자력발전소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할 것”이라며 “수요 급증을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가스 발전소 건설을 지원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미국 버지니아주 애쉬번에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가 보인다. EPA연합뉴스

여기에 때아닌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탈탄소 추진의 발목을 잡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갖가지 관세 규제와 보조금 등을 앞세워 글로벌 주요 기업의 미국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동남부 곳곳에 새 공장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IRA가 본격화하고 새 공장이 들어설 2026년을 전후해 막대한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충분한 전력공급망을 갖추지 못한 데이터센터는 아예 준공을 미루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CBRE 그룹은 WSJ에 “전력 공급망 구축 지연으로 인해 일부 데이터센터는 준공 일정을 2년, 길게는 6년까지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행정부와 빅테크 등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는 2035년까지 전력 분야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존 포데스타 미국 대통령 국제기후정책 선임고문은 “AI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생겼지만, 여전히 달성 가능하다”고 봤다.

반면 모니즈 전 장관은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시설을 짓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거론하며 전력업체들이 천연가스·석탄·원자력에 대한 의존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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