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대신 분열 조장하는 트럼프...2020 대선 패배 자초한다

입력 2020-06-03 15:27수정 2020-06-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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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백악관 인근 세인트 존 폴(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 성지를 방문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흑인 사망 사건’에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시위대에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면서 화합 대신 분열을 택한 전략이 역풍을 맞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80일 만의 공개 연설에서 인종 차별과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확연한 차별화를 내세웠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강경 진압 방침을 천명하면서 미국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미국 전역에는 해외 파병 3곳에 맞먹는 약 2만 명의 방위군이 투입됐고, 심장부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 주변에는 8ft(2.43m) 높이의 쇠 울타리도 설치됐다. 전날에는 워싱턴 상공에 전투헬기도 날아다녔다. 이날까지 시위 참가자 최소 5600명이 체포됐다.

트럼프가 인종차별 반대를 외치는 시위의 본질은 함구한 채 폭력과 무질서에만 초점을 맞춰 보수층 결집을 시도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보수층 결집을 위해 무력을 앞세워 치안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노로 가득 찬 시위대를 진정시켜 화합을 추구하는 대신, 사회 분열과 대립을 택한 셈이다.

이 같은 트럼프의 대응 전략에는 지지율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바이든에 크게 밀리는 데 대한 조바심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율은 43%로 바이든의 53%에 10%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바이든 전 부통령이 49%의 지지율로 47%를 획득한 트럼프 대통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에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재선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트럼프가 시위 국면을 통해 지지층의 표심을 얻으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강압적인 방법은 사태를 더 악화시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여론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미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표본오차 ±4%포인트) 결과, 응답자의 64%가 “현재 미국 전역으로 확산한 항의 시위에 동조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필라델피아 시청에서 연단에 올라 “숨을 쉴 수 없다”며 연설의 첫 마디를 시작했다. 이 말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죽어가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인종차별의 상처를 치유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인종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분열의 리더십을 선택했다는 비판을 받는 트럼프와 차별화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통합과 공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분열을 부추기는 트럼프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시위대가 책임 있는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행진하는 것이 힘”이라며 시위대의 손을 들어줬다.

WP는 “트럼프가 힘과 리더십을 혼동하고 있다”면서 분열을 조장하는 리더십은 성공할 수 없음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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