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줄었어도 못 받고, 늘었는데 받고…재난지원금 선정기준 논란

입력 2020-04-05 15:33수정 2020-04-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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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하위 70% 기준 탓에 역진성·형평성 문제 불가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뉴시스)

국민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득이 줄었어도 건보료가 선정기준보다 높다면 지급대상에서 제외되고, 지급기준 보험료의 경계선에선 가구 간 소득 역전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5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건보료 하위 70% 가구(4인 기준 혼합 24만2715원)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건보료가 기준을 넘더라도 최근 소득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건보료가 기준을 밑도는 사례에 대해선 추가로 지급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또 자녀와 주소지가 다른 피부양 노인가구, 국가유공자와 의료급여 수급자 등 건강보험 미가입자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건보료가 ‘과거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돼 최근 소득 감소를 반영하지 못하고, 취약계층 중 건강보험 미가입자가 많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단 추가 지급으로 사각지대를 보완한다고 해도 역진성과 형평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이는 근본적으로 ‘선별 지급’에 기인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득이 급감했어도 최근 소득을 기준으로 재산정한 건보료가 하위 70%를 넘으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득 감소가 없었어도 건보료가 하위 70%에 해당한다면 재난지원금을 받는다. 또 하위 70% 경계선에 있는 가구들은 재난지원금 수급 여부에 따라 소득이 역전될 수 있다.

건보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득 하위 70%를 추린다고 해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건보료를 활용하든 기준중위소득을 활용하든 역진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경계선의 가구들은 누구는 받고 누구는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지원금액을 조정하면 ‘보편 지급’ 시 재정이 절감될 수도 있다. 통계청의 2019년 연간 고용동향과 장래가구 추계(2017~2047년)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인구는 4450만4000명이었다. 이들에게 1인당 20만 원씩 지급하되, 가구당 80만 원의 상한선을 적용한다면 5인 이상 가구에서 최소 127만1000명이 제외돼 지원대상은 4323만3000명, 총 지원규모는 약 8조6000억 원이 된다. 이는 현행 방식(9조1000억 원)보다 5000억 원 적은 규모다.

대부분 복지급여는 선별 지원인 경우 역진성을 방지하기 위한 감액장치가 있으며, 보편 지원은 위 예시처럼 감액장치가 없는 대신 지급액이 적다. 다만 이번 재난지원금 지원대상 결정에는 복지부보단 정치권과 기재부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유지돼온 복지급여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청원도 잇따르고 있다. 단 지원대상이 개인이 아닌 가구이고, 이미 지원기준이 마련된 만큼 추가적인 지원기준 조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논란은 지원기준과 대상이 이미 결정된 뒤에 나왔다”며 “지금은 집행을 준비하는 단계인 만큼, 기존에 발표된 내용을 완전히 뒤집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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