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윤활유 사업 강화 움직임…‘현대루브리컨츠’ 상표 출원

입력 2020-03-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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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업 성장 둔화에 윤활유에 주목…회사 측 "사업부 분사 계획 없어"

(사진=특허청 캡처)

현대오일뱅크가 ‘현대루브리컨츠 주식회사’라는 상표권을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루브리컨트(Lubricant)가 윤활유를 뜻한다는 점에서 현대루브리컨츠는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대오일뱅크가 글로벌 석유 시장의 구조 변화에 따라 정유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비(非)정유 사업인 윤활유 사업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사업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는 중이나, 아직 현대루브리컨츠를 사명으로 한 윤활유 사업 분사에 대해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5일 특허청 등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17일 ‘현대루브리컨츠 주식회사’라는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 상표권은 내연기관용 연료 첨가제, 공업용 윤활유 등에 관한 것으로 설명돼 있다.

윤활유는 고도화 공정에서 남는 기름(잔사유)을 재처리해 만든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해 생산하는 제품이다. 터빈유, 기어유 등의 종류가 있지만, 자동차용 엔진오일(가솔린,디젤용 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윤활유 관련 상표권을 출원한 것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석유사업과는 달리 윤활유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된다. 사업 강화 방안 중 분사까지 고려해 상표권을 선제적으로 등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급 윤활유를 중심으로 성장 중인 윤활유 사업은 최근 국내 정유사들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석유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정유 사업의 실적이 고꾸라지고 있지만, 비정유 사업인 윤활유 사업이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며 하락한 실적을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자회사 SK루브리컨츠를 통해, 에쓰오일(S-Oil)은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과 합작한 ‘에쓰오일토탈윤활유’를 설립해 윤활유 사업을 진행 중이다. GS칼텍스는 윤활유 사업부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윤활유 부문 영업이익률 9.8%), GS칼텍스(8.3%), 에쓰오일(14.5%) 등 정유사 대부분이 1%대 혹은 마이너스의 영업이익률을 거둔 정유 부문보다 윤활유 사업에서 월등하게 높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

윤활유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이에 적용되는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 역시 올해 1000만 리터에서 2025년 6000만 리터로 6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다른 정유사들이 윤활유 사업의 선전에 힘입어 수익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 역시 윤활유 사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4년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과 합작해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설립하고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으나, 윤활유 사업은 아직 내로라할 성과를 내고 있진 않다. 현대쉘베이스오일에서 생산되는 윤활기유는 상당량 쉘에 판매되며, 일부는 현대오일뱅크가 윤활유 완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다른 정유사들에 비해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사업이 시장에서 비중이 많이 크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이제 윤활유 사업을 키우려고 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상표권 등록 시점이 사우디의 아람코가 2대 주주로 올라선 직후여서 향후 현대오일뱅크가 집중하려는 사업 전략의 방향이 나타난 것이라는 업계의 평가도 있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는 윤활유 사업의 분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상표권 등록에 대해서는 여러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등록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상표권을) 미리 등록해놓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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