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파라오’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 별세

입력 2020-02-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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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집트에서 30년간 독재하다가 9년 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때 축출됐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향년 91세다.

무바라크의 아들은 이날 트위터에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1월 23일 수술을 받고 카이로 시내에 있는 군 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공군 사령관으로서의 공적을 인정받은 무바라크는 1975년 부통령에 취임했다. 그러다가 1981년 무하마드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암살됐을 때 대통령에 취임, 이후 30년 간 권좌에 앉았다.

재임 중 그는 ‘아랍의 맹주’를 자처하며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에 서방 세계와 협력해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아랍 세계에서는 역내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의 지도자로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스라엘과 국교가 있는 몇 안되는 나라로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재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한편으로 내정 면에서는 야당과 언론에 대한 탄압 등 강압적인 지배 체제를 지속, 이에 반기를 든 반(反)정부주의자들로부터 암살 당할 위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 사회적 우울과 빈부 격차를 둘러싼 민중의 불만이 축적된 결과였다.

그러다가 2011년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아랍의 봄’이라는 민주화 운동이 일었고, 이집트에서도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무바라크는 권력을 놓지 않고 사태를 극복하려 했으나, 반(反)무바라크 시위가 거세지고, 의지했던 미국 등 서방 국가들로부터도 퇴진 압력이 강해지면서 결국 권좌에서 쫓겨났다.

이후 그는 시위 참가자 살해를 지시한 혐의와 공금 횡령죄 등으로 기소됐다. 이 중 횡령죄로 실형 판결을 받았으나, 살해를 지시한 죄에서는 최종 무죄를 선고받아 3년 전 석방됐다. 처음에는 살해 지시에 대해 사형이 구형됐지만, 2012년 이집트 법원이 종신형 판결을 내렸다가 2014년 재판에서 다시 무죄가 내려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석방된 후 그는 평범한 노인으로 돌아가 카이로 근교 휴양지인 샤름 엘 셰이크의 별장에서 가족들과 여생을 보냈다. 그가 과거 악명높은 ‘현대판 파라오’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지중해 리조트에서 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웃는 모습 등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지병 치료를 위해 수도 카이로 시내의 병원에 입원했다가 결국 숨을 거뒀다.

무바라크의 사망 소식에 이집트 정부는 “국가에 목숨을 바친 지도자이자 아랍의 단결과 위엄을 되찾은 제4차 중동전쟁의 영웅이었다”고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이집트 정부는 3일 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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