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성장한계점 도달한 알뜰폰 10년...통신3사 시장 장악우려 커져

입력 2020-02-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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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으면 알뜰폰 장사하는 저도 안 써요.”

중소 알뜰폰업체 대리점주 A 씨는 ‘단칼’에 잘라 말했다. 알뜰폰의 최대 ‘메리트’인 저렴한 통신요금만으로는 고객을 유인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가성비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5G(5세대)시대가 열리면서 가격이 조금 싼 것보다는 제값 내고 콘텐츠를 많이 이용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알뜰폰이 시장에 나온 지 올해로 10년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사실상 과점 형태인 시장을 바로잡고 저렴한 요금으로도 양질의 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2부 리그’를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최초 정책 목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기가 감지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774만9516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798만9453명)보다 24만 명 줄어들었다. 시장점유율도 2018년(12%)보다 1%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알뜰폰 출범 이후 계속 증가하던 가입자 수가 빠진 것은 처음이다. 심지어 지난해 4월에는 810만 명 고지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연말까지 36만 명 가까이 가입자가 이탈했다. 추세를 미뤄 봤을 때 알뜰폰 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위기의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부작용 때문이란 분석이다. 알뜰폰 시장을 키우기 위해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도록 한 게 ‘탈’이 났다는 것이다. 보조금 혜택 등을 앞세워 알뜰폰 고객들을 1부 리그로 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불법보조금으로 영업정지를 시켜도 자사 알뜰폰 업체를 통해 가입자를 늘리는 일을 반복하면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고사 상태로 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LG유플러스가 알뜰폰 1위 업체인 CJ헬로모바일을 인수하면서 시장의 교란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중소 알뜰폰 업체는 이통 3사의 망을 빌려 쓰는 ‘을’이기 때문에 결국 1부 리그 ‘선수’들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5G통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알뜰폰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5G 콘텐츠를 제약 없이 이용하려면 이통 3사 요금제 중 월 7만~8만 원짜리에 가입해야 한다. 정부는 알뜰폰을 통해 저렴한 5G요금제를 마련하라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실제로 LG유플러스가 3만 원대 요금제를 내놨지만 이미 알뜰폰 시장에 2만 원대 4세대 LTE요금제가 있어 큰 반향이 없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요금 인하만 유도할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를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도 불거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5G 활성화와 알뜰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좇는 것이 문제”라며 “5G 투자가 주로 업계에서 이뤄지는 만큼 정부의 저렴한 5G요금제는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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