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이 'K-뷰티'를 주목하는 이유는?

입력 2019-1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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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 로더, '닥터자르트' 모기업 해브앤비 인수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글로벌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대생)가 스킨케어 시장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이 분야에 강점을 지닌 K-뷰티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중국, 아세안, 러시아가 주요 수출국이던 K-뷰티는 어느새 미국, 유럽 등 화장품 종주국까지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스킨케어 시장의 수요를 잡기 위해 글로벌 브랜드의 K뷰티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가 18일 국내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자르트와 남성 그루밍 브랜드 DTRT(Do The Right Thing)를 소유한 해브앤비를 전격 인수키로 발표했다.

에스티 로더가 아시아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해브앤비가 처음이다. 인수 금액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매각 대금을 1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에스티 로더 측은 “스킨케어 카테고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아태지역, 북미, 영국 시장에서 스킨케어 브랜드를 확장하는 닥터자르트를 인수해 에스티 로더가 스킨케어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에스티 로더는 닥터자르트뿐 아니라 잠재력이 큰 브랜드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닥터자르트와 에스티 로더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수석 연구원은 “닥터자르트의 BB크림으로 대표되는 색조와 더마 콘셉트의 강력한 스킨케어 라인업은 향후 에스티 로더의 글로벌 영향력 아래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된다”며 “닥터자르트는 인수 후에도 K-뷰티 정체성을 유지하며 유통채널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 확대에 따른 브랜드 파워 강화는 다른 K-뷰티 브랜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AHC)

해외 화장품 기업이 국내 화장품 기업을 인수한 사례는 에스티 로더의 닥터자르트 인수가 처음이 아니다. 해외 화장품 기업이 국내 화장품 기업을 인수할 경우,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넓은 유통망을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가 2017년 화장품 브랜드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를 3조 원 규모에 인수해 주목을 받았는데, AHC는 유니레버의 유통망을 타고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데 이어 올해 태국, 필리핀 등 아세안 시장까지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그룹이 화장품ㆍ의류 브랜드 스타일난다를 6000억 원 규모에 인수한 것도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지난해 스타일난다의 매출은 전년 대비 17% 성장한 1967억 원, 영업이익은 42% 증가한 360억 원을 기록했다. 로레알그룹 인수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화장품 브랜드 3CE(쓰리컨셉아이즈) 매출 성장률은 80%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하면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수월하게 해외 진출을 꾀할 수 있다”며 “다만 해외 화장품 기업이 국내 화장품 기업을 인수할 때 인수 가격이 국내 기업이 고려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게 제시해 향후 투자금 회수라는 난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단위로 인수돼 시장에 놀라움을 안겼던 카버코리아는 인수 후 2년 연속 인수대금을 갚기 위해 배당금을 지급했다. 2017년에는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규모의 배당금이 지급됐고, 지난해에는 순이익의 2배가 넘는 금액이 배당금으로 책정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카버코리아는 2016년 영업이익 1807억 원 이후 2년 연속 영업이익이 고꾸라졌다. 2017년 영업이익은 1725억 원, 지난해에는 1621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2016년 1350억 원, 2017년 1235억 원, 지난해 1149억 원으로 줄었다.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로레알 역시 조만간 배당금으로 인수금 일부를 회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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