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풍어에 '반값' 됐다는 방어, 시장서 2배 올라…일부 식당 “판매 중지”

입력 2019-11-12 17:21수정 2019-11-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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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노량진 수산시장. 방어를 파는 상인 중 몇몇은 물량이 없자 하루 장사를 접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방어 가격이 내려갔다고? 현실 아는 사람은 그런 말 못하제.”

12일 오후 1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방어가 많이 잡혀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인은 이같이 답했다. 오히려 방어가 없어 비싸졌다고 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방어가 있어야 할 수족관은 텅텅 비어있었다. 여러 가게를 돌아다녀야 겨우 구경할 수 있었다.

풍어를 맞아 반값 됐다는 조업 현장과는 달리 서울에서는 방어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로 인해 방어 요리를 판매하는 자영업자 일부는 당분간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나섰다.

조업 현장에서 방어 가격이 하락했다. 주산지인 서귀포시 모슬포에서는 방어가 많이 잡혀 지난해 1만5000원이던 중방어 위판액이 8000원이 됐다. 도매시장에서 1kg당 평균 1570원에 판매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2017년에는 6670원, 지난해는 3940원이었지만 올해는 2000원도 안 된다.

▲아래 수족관과 달리 위쪽 수족관은 텅텅 비어있다. 원래 방어를 담는 공간이라고 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하지만 노량진 수산시장의 분위기는 크게 달랐다. 풍어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장에서의 가격은 2배가량 올랐다. 방어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1kg당 평균 2만 원 정도에 거래됐다. 수산시장 매장마다 다르지만 싸게는 1만6000원, 비싸게는 2만3000원을 받았다. 지금은 최소 2만5000원부터 시작한다. 3만5000원을 부르는 곳도 부지기수. 서울 송파구에 있는 가락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만5000원을 달라는 상인도 있다.

방어의 경매가를 살펴봐도 최근 일주일새 급등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대방어는 6일 1kg당 상태에 따라 3000~1만2000원에 거래됐다. 반면 12일 대방어 경매가는 1kg당 1만6000~3만1000원으로 3~5배가량 올랐다. 경매가가 오른 만큼 시장상인들도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 내 수산시장에 방어 물량이 부족한 것도 가격을 올린 요인이다. 풍어라지만 방어가 서울까지 올라오지 않는 데다, 경매가까지 올랐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 이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난 박모 씨는 “방어가 많이 잡혔다고는 하는데 보다시피 여기는 없어서 못 팔고 있다”며 “양이 없으니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곳을 돌아다녀 봐도 방어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도 단언했다.

조업 현장에서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어 서울 물량이 줄었다는 상인도 있었다. 이모 씨는 “기상이 안 좋아 작업을 못 한 것도 있지만, 방어가 워낙 많이 잡혀 가격이 내려가니 현장에서 생산량 조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방어가 예전보다 많이 잡혔다고 하나 서울의 상인들과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없는 이유다.

▲방어 회를 파는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공지. (출처=인스타그램 캡처 )

수산시장에서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자 방어 요리를 판매하는 자영업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 식당은 당분간 방어를 판매하지 않겠다며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실정이다. 판매해도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방어 회를 파는 이종현(28ㆍ가명) 씨는 “장사를 위해 보통 10kg짜리 방어를 사는데 전에는 약 20만 원에 들여오던 방어를 지금은 30만 원 넘게 줘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 씨는 “지난 주말 동안 80만 원어치 팔았는데 남은 건 13만 원”이라고 덧붙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지성현(33) 씨도 “수산시장 수족관에 방어가 없다. 어떤 분은 양식 방어를 들여올 궁리를 하고 있다. 풍어라는데 방어는 없고 가격은 올라, 팔아도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 씨는 또 “10kg짜리 방어를 사도 실제 판매되는 것은 6kg 정도”라며 “지금이라면 방어를 판매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1kg당 3만5000원이라는 노량진의 방어. 방어가 비싼 대신 굴과 찌개용 생선을 추가해준다고 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제철 방어를 맛보기 어려워진 소비자들도 볼멘소리를 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난 직장인 최영진(62) 씨는 "파는 곳이 줄어들면 소비자 선택지도 적어지는 것 아니냐"며 "친구들과 기분 내러 온 김에 결제는 했지만, 전보다 돈이 더 든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직장인 이승준(27) 씨도 "방어 회 자체가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팔지 않는 식당도 생기고 가격도 올라 다른 회를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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