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의 '아메리칸 드림'…14년 만에 미국법인명 바꾸고 공략 발판

입력 2019-10-16 18:00수정 2019-10-1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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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건물과 부지 매입 현지공장 설립 추진

오뚜기가 미국 법인명을 변경한다. 2005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14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오뚜기의 법인명 변경을 미국 시장 공략의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16일 오뚜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이사회를 통해 ‘오뚜기아메리카 회사명 변경의 건’을 가결했다.

오뚜기 측은 “단순히 미국 법인명 변경 건으로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변경 법인명은 추후 확정되면 공시할 예정이고, 법인명 변경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법인명 변경에 오뚜기의 ‘사업 확장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사업 확대는 오뚜기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국내 카레시장 1위, 라면시장 2위, 참치캔 시장 2위 브랜드를 보유한 오뚜기는 그동안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다. 매출 외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 비중이 낮은 것은 물론, 경쟁 식품기업들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오뚜기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1637억 원에 달한다. 오뚜기는 건조식품류, 양념소스류, 유지류, 면제품류, 농수산 가공품류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 중 수출과 해외 현지법인을 통한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1021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라면시장 3위인 삼양식품의 해외매출(1214억 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이미 라면 시장 경쟁사인 농심은 매출액의 30~35%를 중국,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또, 올해 미국 현지업체 슈완스를 인수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는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등을 앞세워 2023년까지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에서만 2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어 K푸드의 해외 시장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오뚜기로서는 해외에서 매출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2016년 신년사를 통해 “오뚜기의 미래 성장동력은 해외 시장이다. 러시아와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겠다”며 해외 시장 확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3년 전 함 회장이 던진 화두가 서서히 실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 법인(뉴질랜드ㆍ베트남ㆍ미국 법인) 가운데 최대 매출액(293억 원)을 기록하며 효자법인으로 꼽혔던 오뚜기아메리카가 올 상반기 적자전환했는데, 이는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에 따른 일시적인 적자다.

오뚜기 관계자는 투자에 대해 “투자금액을 아직 밝힐 수는 없으나 미국 캘리포니아 라미라다 지역에 건물 매입 등으로 투자가 있었다”며 “대형창고 건물과 공장 부지 매입 등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오뚜기는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만큼 건물과 부지 매입을 통해 향후 미국 현지 공장 설립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오뚜기아메리카의 주요 매출처는 한인이 집중돼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과 뉴욕ㆍ뉴저지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의 매출액은 오뚜기아메리카의 전체 매출액(올 상반기 157억 원)의 약 80%를 차지한다. 오뚜기는 카레, 삼화 액상차, 용기면 제품 위주로 한인 소비자뿐 아니라 미국 내 다양한 인종을 겨냥한 유통채널에 속속 입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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