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조 프로젝트] '新제조 혁명'으로 산업 르네상스 이끌어야

입력 2019-10-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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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생산 굴뚝산업이 이끌던 시대 지나… 지식기반 IT·서비스산업 등 미래 일자리 주역으로

▲과거에는 제조업의 가치사슬에서 제품 제조와 조립과정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는데 최근에는 연구개발, 브랜드 구축, 디자인, 유통, 마케팅, 판매서비스 등에서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대만 Acer 창업자인 스탠 신(Stan Shin)이 제시한 스마일 커브(smile curve)는 이러한 변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9월 1일부터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2019년 8월 1일 현지시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왕좌의 게임’에 다시 불을 지핀 이 날 한국증시에 푹탄이 떨어졌다.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이 무너진 것. 달러당 원화값은 1198원까지(2년 7개월만에 최저) 하락했다. 싸움판이 벌어진 미국과 중국의 유탄을 맞고 여의도가 ‘패닉’에 빠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일본은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겠다”며 경제 전쟁을 선포했다.

경제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한줄에 한국경제가 휘청인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기초체력(특히 제조업) 약화라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제조업은 ‘구(舊)제조업’이다. 단순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의존해온 간판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뼈아픈 고백이기도 하다.

일본은 산업화과정에서 ‘설계·개발-부품-조립·제조-판매-애프터서비스’로 나뉜 글로벌가치사슬의 중간 단계인 부품생산과 조립·제조에 집중해 경제도약을 이뤄냈다. 설계 개발 초기단계와 판매·애프터서비스에 집중한 미국보다 더 큰 수익을 냈다.

당시 글로벌 가치사슬은 역스마일커브 형태였다. 그러나 이후 한국과 대만 등의 약진으로 글로벌 분업 구조가 세분화하며 가치사슬은 설계를 비롯한 핵심기술과 판매망과 같은 플랫폼을 장악한 나라가 돈을 더 잘버는 스마일커브 형태로 바뀌었다.

이 과정을 통찰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신(新)제조가 구제조를 대체하면 무역전쟁(조립라인처럼 공업시대의 산물인)은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마윈은 무역전쟁(제조업 지키기)을 통해 일자리를 지킨다는 건 웃기는 생각이라며 “미래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제조업이 아니고 현대 서비스업이 될 것”이고 역설했다.

신제조는 한마디로 서비스화된, 인터넷 비즈니스화된 제조업이다. 예를 들어 농기계 제조회사가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재고관리 프로그램과 농업전용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함께 제공해 생산성을 올리도록 돕는 것이다.

이 같은 개념을 기반으로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은 2000년대 후반부터 ‘제조업 부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 독일의 ‘인더스트리4.0’ 정책,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 정책 등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2016년 ‘소사이어티 5.0’과 2017년 ‘커넥티드 인더스트리즈’ 정책을 내놨다. 덕분에 제조업 고용도 살아나고 있다.

과제는 어떤 제조업을 할 것인가이다. 잘 살펴야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어서다. 산업연구원 박유미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제조 생태계를 가진 중국의 혁신 잠재성에 있다”면서 “한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현재 기술을 재평가하고,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 기술 대신 ‘인재’로 전략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스웨덴의 민간주도형 제조업 혁신에 주목했다. 김윤경 한경연 연구위원은 “국내 제조업의 산업적 특성 및 교육, 연구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정확한 조망과 함께 단기 처방이 아닌 중장기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제조업 르네상스 대책이 민간 주도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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