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인하 압력에… 유상옵션 ‘꼼수’ 度 넘었다

입력 2019-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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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열기 속 무상 제공하던 옵션 유상 전환…대상 품목도 증가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에 이어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하면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이른바 ‘로또 분양 단지’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분양 계약자가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의 가격 규제로 평균 분양가 자체는 낮아졌지만 재건축·재개발 조합이나 건설사들이 ‘유상 옵션’ 항목을 대거 늘리면서 분양 계약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수도권 청약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발코니 확장 비용이나 유상 옵션 항목 및 금액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제2장3조에 따르면 별도의 유상 옵션으로 제공할 수 있는 품목으로는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붙박이 가전제품(쿡탑, 냉장고 등) △붙박이 가구(옷장, 수납장 등) 등이 있다.

그 동안은 발코니 확장을 하면 붙박이 가구나 가전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씽크대 상판을 고급 자재로 바꿔주는 경우가 많았다. 또는 빌트인 가전이나 고급 자재만 유상으로 선택하게 하는 식이어서 옵션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심해지면서 그동안 무상으로 제공되던 옵션이 유상으로 바뀌거나, 대상 품목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분양한 서울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 2-1구역 재개발 단지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전용면적 84㎡B형의 경우 발코니 확장, 빌트인 가전, 붙박이장 등 모든 유상옵션 항목을 선택할 때 총 7020만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 아파트 분양가가 8억4100만~8억9500만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옵션을 모두 추가할 경우 분양가의 8% 가량이 유상옵션 비용으로 추가 지출되는 셈이다.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아파트 단지는 정부의 가격 규제로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1억~2억 원 싸게 책정되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유상 옵션 항목이 지나치게 많고 가격도 비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달 초 분양한 경기 광명시 철산동 ‘철산역 롯데캐슬&SK뷰 클래스티지’(철산주공7단지 재건축 아파트) 역시 평균 분양가는 3.3㎡당 2260만 원선으로 주변 아파트 평균 가격(2400만~2800만 원)보다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유상 옵션인 발코니 확장·시스템 에어컨·빌트인 가전기기·마감재·가구 등 풀옵션을 선택하게 되면 전용 59㎡(A타입)의 경우 6억300만~6억600만 원까지 가격이 껑충 뛴다. 분양가보다 최대 4000만 원 가량 비싸지는 것이다.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몇가지 옵션을 ‘조합 주관’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시공사가 아닌 조합이 발주한 업체에 시공을 맡기는 것으로, 일반분양 계약자들이 옵션 계약을 맺으면 그 수수료 마진을 시공사 대신 조합이 가져갈 수 있다.

이같은 추세는 향후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유상 옵션 확대에 대해 조합이나 건설사들은 표면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에서 분양가 억제 정책을 쓰는 상황에서 분양 수익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늘린다는 측면에서 일부 소비자들은 오히려 좋아하는 반응도 있다”며 “조합이나 건설사 입장에서도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수도권 재건축 조합들 사이에선 ‘누드 분양’ 이야기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등 뿐만 아니라 벽지, 문짝 등의 기본 옵션까지도 없애고 유상 옵션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기본 품목은 분양가에 포함된 만큼 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유상 옵션을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과도한 유상 옵션이나 마이너스 옵션은 지자체의 분양가심의위원회 등에서 걸러질 수 있어 향후 더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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