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의 역설…현대ㆍ기아차 고유가 때 오히려 잘 팔렸다

입력 2019-09-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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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비와 품질이 브랜드 강점…고연비와 친환경차 경쟁력 확대 기대

▲저유가 시대 속에서 SUV를 비롯한 대배기량 모델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고유가 시대가 지속하면 한국차와 일본차 등 연비좋은 차들의 판매가 증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투데이)

중동 정세 급변에 따라 국제유가가 수십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산업계가 수익성 하락을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인 가운데 자동차 업계도 면밀한 시장 분석에 나섰다. 다만 시각 차이는 존재한다. 유가 급등 때마다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판매가 확산한 만큼, 시장 회복에 단초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4.7%(8.05달러) 오른 62.90달러에 거래됐다. 하루 급등 폭으로는 2008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유가 급등 이후 국내 산업계는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항공과 해운업계의 경우 유가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 역시 국제유가 추이를 주시 중이다. 그러나 추이를 바라보는 시즘 다르다.

상승세가 얼마만큼 지속할지 관건이지만 과거 사례를 살폈을 때 유가 상승 때마다 미국을 중심으로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는 증가했다.

최근 10년 WTI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 4월에 배럴당 113.93달러를 기록하며 가격 정점을 찍었다. 이를 기점으로 국제유가가 본격적으로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고유가 시대가 지속에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는 몸집을 줄이며 제품전략을 수정했다.

기름 많이먹는 대배기량 고성능차 대신, 낮은 배기량으로 큰 힘을 내는 모델을 속속 내놨다. 현대차 역시 이 무렵 배기량 2000cc로 점철된 중형차에 처음으로 1.6리터급(쏘나타 1.6T)을 출시했다. 이른바 ‘다운사이징’ 에 합류한 시점이다.

국제유가 고점을 기준으로 현대ㆍ기아차 글로벌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고유가 때 판매 상승’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제유가가 정점을 찍었던 2011년은 현대ㆍ기아차 전성기의 시작이었다.

2008년(리먼쇼크) 420만 대 수준이었던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는 2011년 660만 대까지 치솟았다. ‘기름 덜 먹고 품질좋은 한국차’라는 이미지가 시장에서 적잖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차가 대규모 리콜(2010년), 동일본 대지진(2011년) 등으로 부침을 겪는 사이, 현대ㆍ기아차가 사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2014년, 현대기아차의 연간 판매가 처음으로 800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WTI 가격 추이. 고유가 시대가 재도래하면 연비좋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합리적인 한국차와 일본차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CNBC)

상황은 2015년에 새 국면을 맞았다.

셰일가스 확산과 디젤 게이트로 인한 전기차 보급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유가는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산업수요가 빠르게 감소하자 국제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26.2달러(2016년 2월)까지 추락했다.

기름값이 내리자 SUV와 픽업트럭 등 상대적으로 연비가 불리했던 차들이 속속 인기 대열에 합류했다.

기름값 걱정이 줄어들면서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 이 무렵 SUV 라인업이 부족하고 좋은 연비가 강점이었던 현대ㆍ기아차는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는 2016년 788만 대에서 2017년 725만 대로 하락했다.

이 무렵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에서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이 현지에서 반발을 불러오며 부진을 부추기기도 했다.

지난해 판매는 유가 소폭상승과 마케팅 전략 개선, SUV 신차 투입 등에 힘입어 739만 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800만 대 넘게 찍어내던 글로벌 공장들이 10% 가까이 생산을 줄이면서 고정비 증가 및 수익성 하락을 불러왔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유가 급등 사태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쟁사 대비 연비가 좋은 것은 물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국제유가 상승세는 산업수요의 증가가 아닌, 국제정세 탓에 불거진 생산시설 손실이다. 공급부족은 동일하지만 산업수요가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만큼 유가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장기적인 제품전략 수정이 아닌, 단기 시장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고유가 시대에 현대ㆍ기아차가 누릴 수 있는 수혜 대부분이 경쟁자인 일본 메이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오히려 관건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산업수요나 공급체계의 변화가 아닌, 국제정세에 따라 불거진 공급부족인 만큼 유가 상승세가 얼마만큼 지속될지가 관건”이라며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고유가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군이 다양해졌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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