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배후로 이란 지목...전운 감도는 중동 화약고

입력 2019-09-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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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쟁 원하지 않지만 충돌해야 할 때 있어”…러시아, 전쟁 부추겨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이 순찰을 도는 가운데 총구가 영국 유조선을 향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중동 화약고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지난 주말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란이 공격 배후에 있는지’라는 질문에 “현재는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며 “지금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미국은 전투기와 미사일 등 최고의 무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은 역사상 그 어떤 나라보다 분쟁에 더 많은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확실히 피하고 싶다”며 “그러나 때로는 충돌해야 할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기를 결정한다면 사우디가 더 많이 관여할 것”이라며 “다만 이란과 외교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문도 아직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전날 트위터 트윗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며 그렇다고 믿을만한 이유도 있다”며 “우리는 장전이 완료된 상태”라고 군사대응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14일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냈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이를 절대 믿지 않는 모습이다.

사우디 주도 대예멘 반군 연합군의 대변인은 투르키 알 말리키 대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파편과 잔해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조사는 이것이 이란 정권에 속한 것임을 보여준다”며 “초기 조사는 이란 후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주장과 달리 이번 공격이 예멘 쪽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님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확한 공격 시작점을 찾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상업 위성사진 등을 바탕으로 사우디 시설에 대한 공격 모두 이란과 이라크 방향에서 이뤄졌다”며 “총 19곳이 공격을 받았다. 후티는 10기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를 드론 10기로 공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드론 20기와 순항미사일 10발 이상을 동원해 사우디 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가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했지만 미국 에너지부는 아직 원유시장 수급 불균형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실제로 이를 집행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중동 정세가 더욱 긴박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정부와 사우디 지도부 모두 글로벌 석유시장과 경제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광범위한 분쟁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이란과 관련 무장단체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대이란 보복에 나서면 석유시설 공격 재발과 글로벌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설령 사우디 원유생산이 단기간에 정상화한다 하더라도 대규모 원유 공급 중단이 불가피해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잉여생산능력 하루 약 320만 배럴 중 사우디 비중이 7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날 호르무즈해협 근처에서 경유를 밀수하려던 선박 1척을 나포했다고 밝혀 자신들도 강경 입장을 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와중에 러시아는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터키, 이란과의 3개국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우디에 방공 미사일인 S-300, S-400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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