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인가 공공의 편익인가...홍콩발 '스마트 가로등' 논란

입력 2019-09-02 14:15수정 2019-09-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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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이 스마트 가로등을 전기톱으로 잘라 넘어뜨리고 있다.(AP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홍콩에서 시작된 ‘스마트 가로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가로등은 정부가 날씨와 교통정보 수집 등 공공의 편익을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스마트 가로등에 달린 감시 카메라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히 홍콩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며 공공 장소에 감시 시스템 설치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최근 홍콩 민간연구소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홍콩에 사는 10명 중 7명 이상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은 매우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이는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길가에 세워진 스마트 가로등 10개 이상을 전기톱으로 잘라 넘어뜨렸다. 당시 시위대는 스마트 가로등에 통행자들의 움직임과 통신을 감시하는 기술이 내장돼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위대가 루머를 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가로등은 스마트 시티 개발 추진을 위해 교통 및 기상, 대기 데이터 등 도시와 관련된 데이터만 수집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중문대학교의 로크만 추이 조교수는 “홍콩 정부가 가로등을 사용해 몰래 주민을 감시할 가능성은 낮다”며 “홍콩은 신장(위구르 자치구)과는 전혀 다르다. 약간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홍콩 혁신·과학기술부장관은 “음모론”이라며 시위대가 주장하는 정부의 사생활 감시 논란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커지자 홍콩 정부는 건설 폐기물의 불법 투기를 감시하기 위해 가로등에 내장된 카메라를 활성화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아울러 자동차의 블루투스 식별 번호를 다운로드해 주행 속도를 추적하는 기능 작동도 연기했다. 홍콩 정부는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마트 가로등을 개발한 홍콩 비영리단체의 최고경영자(CEO) 사이먼 웡은 “무선주파수식별(RFID) 장치는 신분증 등의 데이터를 읽을 수 없다”며 “신분증을 읽어내려면 공항 입국 심사장에 있는 것과 같은 공인된 센서를 사용해야 하고, 2㎝ 이내의 거리에서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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