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해봤다] 잘 몰라서 안 한다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신청해보니

입력 2019-08-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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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몸이 안 좋으면 먼저 찾는 것이 약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먹어야 제 컨디션을 찾을 수 있다. 기자도 열이 나거나 감기 기운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처방을 받아 약을 먹는다.

약을 먹은 이후 증상은 완화되지만, 종종 이상 반응이 생길 때가 있다. 구역질이나 가려움,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것이 대표적인 증세다. 이를 두고 '의약품 부작용'이라고 한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건당국에 보고된 의약품 부작용 등 이상 사례 건수는 25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해열 △진통 △소염제가 14.1%로 가장 많았고, 항악성종양제와 조영제가 뒤를 이었다.

(출처=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홈페이지 캡처)

구역질이나 가려움증 같은 경증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만, 정상적인 의약품 사용에도 사망ㆍ장애ㆍ입원이 필요한 질병에 걸리는 일도 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피해구제 제도)’다.

피해구제 제도는 2014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ㆍ장애ㆍ입원이 필요한 질병에 걸린 환자에게 피해구제급여를 지급한다. 보상금은 예산이 아닌 의약품 제조업자ㆍ수입업자 등으로부터 징수한 부담금으로 마련된다.

◇전화나 온라인으로 신청…서류는 미리 준비해야

기자는 ‘의약품 부작용’을 경험한 것을 가정하고 피해구제 신청을 해봤다. 전화나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먼저, 안내된 번호(1644-6223)로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담당자가 전화를 받았다. “의약품 부작용을 신고하려고 하는데, 절차가 어떻게 되느냐”라고 물었다.

담당자는 “복용한 의약품 이름과 증상을 말해달라”면서 “부작용 때문에 입원해 30만 원 이상 치료비가 발생했다면 보상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때, 먹은 약과 입원 치료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의사소견서’를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담당자는 이어 “두드러기나 구토 같은 것은 식약처에 보고만 된다. 해당 의약품을 만든 제약회사를 처벌하거나 보상금을 지급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사망이나 질병 등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면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용도로 쓴다.

▲피해구제급여 지급신청서 화면. 사망, 장애보상금은 물론 장례비도 지원해준다. (출처=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시대에 우편으로 소견서를 보내는 것이 불편할 터. 기자는 온라인으로 피해구제 신청을 해봤다. 노트북 앞에 앉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들어갔다.

신청하는 사람의 '본인 인증'을 거치면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항목이 나온다. 피해자나 사망자 인적사항도 기록해야 한다.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할 경우 가족 또는 법정 대리인이 신청을 대리할 수 있다. 이후 진행 절차에 따라 정보를 기재하고 관련 자료를 첨부한 뒤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의사소견서나 신청인 신분증 사본 등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다.

▲서류를 미리 준비해놔야 신청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출처=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홈페이지 캡처)

컴퓨터 활용 능력이 보통 정도만 되더라도 신청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다. 항목에 맞춰 정보를 기입하고 서류를 올리는 것이 전부다. 신체적 불편함으로 본인이 직접 신청하지 못할 때는 대리인이 신청하도록 부탁하면 된다.

신청서를 제출한 뒤에는 기다리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약과 피해 사실에 대한 역학조사가 6개월 정도 걸린다.

◇비급여 치료 비용도 보상해주지만…신청 건수 1년에 100건 수준

제도만 놓고 흠잡을 것이 없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르면 환자가 제약회사와 소송으로 해결할 일을 정부가 개입해 완만한 해결을 돕는다. 장례비나 보상금까지 지급해준다.

▲신청 건수와 지급 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적립금에 비해 지급 액이 적다. 2018년 기준 누적 적립금은 143억9800만 원이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그런데 신청 건수가 너무나 낮다. 2015년 이후 꾸준히 신청 및 처리 건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해의 경우 100건이 채 되지 않는다. 2018년 기준, 누적 적립금이 약 144억 원에 달하지만, 지급액은 13억 원 밖에 되질 않는다. 제도가 시행된 지 오래되지 않아 정보를 잘 알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제도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관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이 제도를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치료비용도 보상해주도록 제도를 확대했고, 비급여 치료 비용까지도 포함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마다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고, 부작용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도가 잘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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