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뽑기도 전에 무뎌진 ‘조국 개혁의 칼’

입력 2019-08-25 11:35수정 2019-08-2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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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으로 시끄럽다. 과거 대선 후보자들의 자질 검증 때보다 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 형제, 전 제수까지 얽히자 야당은 ‘비리 종합선물세트’라며 맹비난했다.

현재까지 나온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은 ‘가족 사모펀드’, ‘딸 부정입학’, ‘부동산 위장매매’, ‘동생 부부 위장이혼’, ‘웅동학원 채무 회피’ 등 크게 다섯 가지다. 아직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딸 조모 씨의 부정입학 의혹이다.

조 후보자의 딸은 2008년 12월 한영외고 2학년 때 단국대학교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으로 근무했다. 당시 A 교수의 소아병리학 관련 영문 논문 작성에 참여했고, 국내 학회지에 제출되면서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 후보자와 A 교수 집안은 서로 알고 지낸 사이다.

조 후보자의 딸은 논문 등재 후 2010년 수시 전형으로 고려대학교 이공계열에 진학했다.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들어가 의학전문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2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았고, 부산대 의전원 재학 중에는 두 차례 유급했는데도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는 등 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그러자 단국대는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와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대한의사협회는 A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들은 ‘제2의 정유라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길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딸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조 후보자의 감정선 변화도 읽힌다. 조 후보자는 지난 9일 지명된 이후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하지 않았었다. 다만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사실과 다르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밝히겠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했다.

그러나 딸의 ‘금수저 스펙’ 논란이 커지자 21일 종로구 적선동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가짜뉴스”라며 처음 입을 연 후 이튿날에는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한 발짝 물러서기도 했다. 24일엔 “가진 사람으로서 누린 사회적 혜택을 사회로 환원하겠다”고 했고 25일엔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처음 사과했다.

청와대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법적 기한인 이달 30일까지 마쳐줄 것을 재차 촉구했다. 여기에는 국회 동의 없이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복선이 깔려있다. 여야는 청문회 형식을 놓고 계속 대립 중이다.

조 후보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을 완수해야 할 중책을 마주하고 있다. 지금껏 제기된 각종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으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공직자가 그렇겠지만 법무부 장관은 더욱 청렴해야 한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야 한다. 조 후보자는 이미 여러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을 당했다.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

개혁을 주도하려는 장수의 칼이 뽑히기도 전에 녹슬고 있다. 사법 개혁이 또다시 해묵은 과제로 남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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