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우리 밀에 부는 희망의 바람

입력 2019-08-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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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 국수를 찾는 이들이 많다. 시원한 물냉면, 매콤한 비빔국수, 고소한 콩국수 등은 무더위를 잊게 할 만한 힐링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전국의 소문난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 순례’도 젊은이 사이에 인기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국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이 32.2kg에 달해 쌀(61.0kg)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는 제2의 주식이 됐다. 하지만 우리 밀 자급률은 1%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밀가루의 99%가 수입산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밥과 곁들이는 부식류는 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줄이거나 대체품을 찾게 된다. 반면, 주식류는 가격이 올라도 안 먹을 수 없다. 이렇듯 밀은 국수, 빵, 과자 등 주식의 주원료이다 보니 국제 밀 시세가 오르면 국내 물가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또한 국내 자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무역 분쟁이나 주요 수출국의 기후변화로 밀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심각한 식량안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밀 자급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때 자급률이 40%에 달했던 우리 밀은 1980년대 시장 개방으로 값싼 수입 밀이 들어오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대규모로 재배되는 수입 밀과 달리, 우리 밀은 소규모 농가에서 생산되어 가격은 높고 균일한 품질관리도 어려워 수요처가 한정돼 있다. 따라서 생산량이 조금만 늘어도 제값을 받기 어려워 그다음 해 생산이 급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곤 했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을 바꿔 보고자 필자는 2017년 국회의원 시절 ‘밀산업육성법 제정안’을 발의하였으며, 올해 8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오는 20일 국무회의를 거쳐 2020년 2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에 제정된 ‘밀산업육성법’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우리 밀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밀의 수급 조절과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가 비축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특히, 밀의 품질기준을 만들고 등급별로 매입 가격을 차등화해 고품질의 밀 생산을 독려할 수 있게 됐다. 가공업체가 원하는 품질의 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국산 밀을 수매하고 할인 공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다음으로 국산 밀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다각적 정책 지원도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급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 기술을 향상하기 위한 R&D 지원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유통 과정에서 철저히 품질을 관리할 수 있도록 생산·유통단지의 지정과 기반 조성의 지원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민간의 품질관리 역량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 법을 근거로 공공기관에 국산 밀 가공품의 우선구매를 요청할 수 있어 국산 밀의 군·학교 시범 급식의 확대도 기대된다. 이 법에 의해 정부는 우리 밀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5년마다 밀 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게 된다.

법 제정은 우리 밀 살리기의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우리 밀에 적합한 품질기준을 마련해 생산과 유통단계의 품질관리를 체계화하고 우리 밀 소비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이를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머지않아 제2의 주식에 걸맞은 식량안보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밀산업육성법’의 제정을 계기로 우리 밀밭에 큰 희망의 바람이 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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