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폭탄에도… 서울 입주 단지 전셋값 '이상 급등' 왜?

입력 2019-08-09 06:10수정 2019-08-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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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강화로 실주거 많고, 분양가 규제로 '로또 분양' 노리는 전세수요 늘어

서울 주택시장에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쏟아지는 데 전셋값은 오르는 이상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입주 후 실거주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세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로또 분양’을 받기 위해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전경. 사진제공 현대건설

◇1000가구 이상 입주 단지 전셋값 한 달 새 1억 '껑충'

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중 서울에서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입주 아파트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1320가구),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 아이파크’(1015가구),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 SK뷰 아이파크’(1305가구) 등이다.

입주 물량이 1000가구를 웃돌면 해당 단지 뿐 아니라 주변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약세를 띠게 마련이다. 새로운 집이 대거 쏟아져 나오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가격이 하락하는 경제 이론이 들어맞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들은 흔히 “쌓아 놓고 골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전세시장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입주 물량은 쏟아지는 데 전세 물건은 드물고, 전셋값도 오하려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하루가 다르게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한 달 전에는 전용면적 59㎡짜리 전세 물건이 6억5000만~6억8000만 원에서 거래됐는데 요즘은 7억5000~7억8000만 원을 호가한다. 전용 84㎡도 같은 기간 8억5000만~8억8000만 원에서 12억~13억 원으로 전셋값이 뛰었다.

신촌숲 아이파크 전셋값도 상승세다. 전용 59㎡와 84㎡가 올해 봄보다 5000만원 넘게 올라 각각 5억5000만~6억 원과 7억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신수동 일대에서 오랜만에 입주하는 대단지여서 시장의 관심이 높다”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를 찾는 수요는 늘고 있는데 물건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백련산 SK뷰 아이파크도 전용 59㎡형 전세 시세가 3억5000만~3억8000만 원, 전용 84㎡가 4억~4억5000만 원 선으로 2017년 분양 당시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거주자 증가로 전세 물량 드물어…“대출 안 낀 집주인은 여유”

전문가들은 정부의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와 9억 원 초과 아파트 중도금 대출 제한 조치가 이들 입주 아파트 전셋값 상승 이유로 꼽는다.

예컨대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경우 중도금 대출 제한이 결국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분양가격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중도금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가는 14억3700만~23억9200만 원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대출을 받고 아파트 분양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아 입주 후 집을 전세로 돌려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가 흔했다. 그러나 중도금 대출 없이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은 자금 마련이 급하지 않기 때문에 매매·전세가격 모두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심리적·시간적 여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융자를 낀 집들이 없을 정도로 집주인들이 대체로 여유가 있다”며 “자금이 급하지 않으니깐 느긋하게 비싼 값(전세금)을 부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촌숲 아이파크와 백련산 SK뷰 아이파크의 경우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가 전셋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1세대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2년 이상 보유’에서 ‘2년 이상 보유 2년 이상 거주’로 강화했다. 따라서 2년 이상 거주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입주 때부터 전세로 돌리지 않고 실거주하는 입주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응암동 B공인 관계자는 “원래 입주장에는 전세 물량이 넘쳐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2년 거주해야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으니깐 입주 때부터 새 아파트인 본인 집에서 살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일명 로또 아파트를 기대하고 전세시장에 머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여기에 금리까지 낮아지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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