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K바이오..."세밀한 임상설계 역량 갖춰야"

입력 2019-08-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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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적 투자 벗어나 '기술수출→노하우 축적→글로벌 임상' 단계별 접근 필요

국내 바이오업계에 침울한 분위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의 경구용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신라젠의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무용성 평가)의 글로벌 임상 3상의 잇따른 실패소식에 미래 먹거리인 K바이오에 대한 기대감도 주저앉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K바이오의 외형성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꼬집는가 하면 성숙단계로 가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라는 긍정적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난 2일 신라젠 하한가 기록 모습 (연합)

◇“경험 없는 국내 기업에 글로벌 임상 3상은 리스크”=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진행한 임상 3상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이에 대한 시장의 충격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 하반기 결과를 앞두고 있는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0’와 메지온의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 3상 성패에도 영향을 미칠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뿐 아니라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하는데, 성과에 급급한 국내 투자자들의 조급함과 기업들의 경험 부족에 무리수를 둔 임상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약개발 경험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이 리스크를 끌어안고 3상까지 이어가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이번 임상 3상의 실패도 원인을 떠나 글로벌 임상의 높은 장벽을 간과한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시스템은 경험이 전무한 국내 기업들이 감당하기엔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은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사례처럼 임상 3상 전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을 해 단계별 노하우를 축적하며 글로벌 임상에 접근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첫 발”=하지만 이러한 실패가 시장을 성숙시키는 단계로 봐야한다는 긍정적인 주장도 나온다.

바이오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 3상의 첫 결과가 실패 성적표라고 낙담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3상까지 쌓아놓은 휴먼데이터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옥석을 골라낸다면 새로운 도전이 또 가능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심이 쏠리는 하이테크 시장에서 거품이 일어나는 것이고, K바이오가 바로 현재 이러한 시기”라며 “미국도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반복되면서 바이오 산업이 형성된 것”이라며 시장의 성장을 기대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개인 SNS를 통해 “모든 신약을 다루는 회사들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임상1상 때부터 누구보다 많이 긴장하게 된다”며 “이 같은 심리는 투자자들에게는 ‘확률’의 문제이겠지만,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사람들과 경영진에게는 ‘인생의 전부’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전세계 항암제 개발 임상 건수가 폭증하면서 다국적 제약회사의 대규모 임상 인프라 규모가 확보되지 않은 이상 환자 확보는 전쟁”이라며 “초기에 제시했던 항암제 임상 개발 예상일정을 맞출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 몇 군데나 될까 싶다”며 신라젠의 도전에 힘을 싣는 의견을 내비쳤다.

◇K바이오 성장 위한 필요 요건은=그렇다면 국내 바이오 시장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전문가들은 정교한 ‘임상설계’, 상품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눈높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임상 디자인의 디테일한 과정에 대한 전문성,신약개발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난이도가 높은 임상 3상에서 문제가 발생될 수 밖에 없다”며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신약 개발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가 영입을 통한 단계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실패 사례로만 산업의 가치를 따지면 안되고, 각각 기업들이 어떻게 신약개발의 난관을 헤쳐나가는지 이들의 역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원석을 찾을 수 있는 눈높이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다른 업계 대표는 “신약개발은 특성상 장기간 자금 확보가 중요한데 국내는 임상단계에서만 투자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처럼 물질단계에서 상품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눈높이를 끝어올리지 않으면 K바이오 산업 성장은 더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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