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의사록] 조동철 아직 목마르다 “25bp만으로 경기 가시적회복 어려워”

입력 2019-08-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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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석 물가조정 “중립적”..이일형 “여전히 완화적”..‘금융불균형·구조개혁’ 강조도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5bp(1bp=0.01%포인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마름(추가 인하)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또다른 비둘기파(통화완화파)인 신인석 금통위원은 이번 금리인하에 어느정도 만족한 모습이라 대조를 이뤘다.

명시적으로 금리인하에 반대한 이일형 위원은 현 수준의 금리도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큰 폭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위원들은 이번 금리인하로 다시 불거질 수 있는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부 위원들은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나섰다.

▲슈퍼 비둘기(통화완화파) 조동철(오른쪽에서 세번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3년1개월만에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추가 금리인하를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열린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 모습. 사진 오른쪽부터 임지원, 신인석, 조동철 위원, 이주열(좌석 중앙) 총재, 이일형, 고승범 위원, 윤면식 부총재.(연합뉴스)
6일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 18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조동철 추정 위원은 “현 시점에서의 기준금리 0.25%p 인하만으로 경기를 가시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준금리 변경을 지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경기하락 및 물가상승률 둔화추세를 완충할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25bp 금리인하만으로는 현재 부진한 경기와 물가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힌 셈이다.

실제 그는 한은 조사국이 하향수정해 발표한 올 성장률(GDP) 전망치 2.2%로 여전히 높다는 인식을 감추지 않았다. 조동철 추정 위원은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감안할 경우에도 당분간 전반적인 경기는 부진할 것”이라며 “특히 미중 무역분쟁에 더해 최근에는 일본과의 통상마찰도 첨예화되고 있어, 2.2%로 하향 수정된 조사국의 금년도 성장률 전망에도 여전히 하방 위험이 잔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직전 금통위가 있었던 4월에 사실상 금리인하를 주장했던 신인석 위원은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신인석 추정 위원은 한은 조사국의 올해 성장률(2.5→2.2%)과 소비자물가(1.1→0.7%) 하향조정과 관련해 각각 “불가피한 조정”, “중립적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리인하의 근거로 “세계교역의 상당폭 둔화를 배경으로 내수도 부진해 올해 들어 실물경기의 하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0%대에서 정체를 이어가고 있다”며 “경제상황의 변화로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완화된 통화정책 기조로 평가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제시했다.

금리인하에 명백히 반대한 이일형 위원은 추가 금리인하시 부정적 요인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추가로 확대할 경우 유동성이 과잉공급돼 정책효과가 자산가치 상승으로 치우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과도했던 건설투자 재조정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다시 부추겨 사회적 비용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 최근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돼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중소기업 금융부채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 중기적으로 잠재성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일형 위원은 또 금리인하보다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적절한 조합(mix)은 큰 폭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현 수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라며 그 근거로 “성장세 하락이 주로 대내외 구조적인 요인과 과잉투자의 재조정에서 비롯됐다는 점, 경상수지 흑자 축소가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과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 금융불균형 리스크가 아직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다른 매파이자 한은 집행부 입장을 대변하는 윤면식 부총재 추정 위원은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에 대해서도 계속 경계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성장과 물가상황에 좀 더 무게를 둔다”며 금리인하로 돌아섰다. 그는 “이번 경제전망에 의하면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잠재수준을 밑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목표수준을 상당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시경제 상황을 보면 통화정책의 완화적 운영 필요성이 종전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중립성향인 임지원 추정 위원도 “실물경제와 물가 흐름을 고려해볼 때 인하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5월 이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무역긴장이 재차 고조되면서, 그동안 우려했던 하방리스크의 일부가 실현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상당폭 높아졌다”며 “이번에는 정책금리 수준(level)을 하향 조정해 성장경로상의 하방 위험을 완충하고 물가흐름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다른 중립파인 고승범 추정 위원은 미국 연준(Fed)의 7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인하 이유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7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변화된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를 감안한다면 한·미 금리역전폭 확대에 대한 불안감도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부분의 위원들은 금융불균형 문제를 우려했다. 슈퍼 비둘기파인 조동철 추정 위원 조차 “가계부채에서 비롯되는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요인을 축소시키기 위해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방향으로의 금융건전성 제고정책은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승범 추정 위원도 “가계부채 동향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면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원 추정 위원 또한 “금융불균형 누적 정도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관련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입장도 나왔다. 윤면식 추정 위원은 “통화·재정정책 측면에서의 단기부양뿐 아니라 경제 전 분야에서의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성장잠재력 확충 노력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임지원 추정 위원도 “저금리 장기화가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노력을 느슨하게 하는 사례가 많은 바, 국내경제의 성장률 둔화추세가 여러 구조적 문제에도 기인한다는 점을 유념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1.50%로 결정했다. 이일형 위원은 이같은 결정에 명백히 반대하고 금리동결을 주장했었다. 한은 금리인하는 3년1개월만이며, 지난해 11월 금리인상 이후 기조를 전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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