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위안,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 붕괴...글로벌 통화전쟁 공포에 금융시장 요동

입력 2019-08-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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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 위안화 평가절하로 대미 보복…외환시장 물론 아시아 증시도 패닉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 최근 3개월간 추이. 5일(현지시간) 종가 2만0720.29. 출처 마켓워치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는 ‘1달러=7위안’선이 붕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환율전쟁의 암운까지 드리우는 형국이다. 5일(현지시간) 금융시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역내 위안화시장에서 이날 달러·위안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3% 오르면서 2008년 5월 이후 11년여 만에 처음으로 7위안을 돌파했다. 홍콩 역외 위안화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이날 장중 전 거래일 대비 최대 1.9% 상승한 7.1087위안으로, 위안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2010년 이후 홍콩에서의 역외 위안화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1달러=7위안’선이 무너지자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도 이날 하루에만 17.3원(1.44%) 상승한 1215.30원까지 치솟았다.

아시아 증시도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1950선이 붕괴하며 3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고, 코스닥지수도 7.46% 급락, 장중에는 3년여 만에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무역갈등 등 기존 악재가 심화한 영향이라며 코스닥은 바이오 관련주가 모멘텀을 잃으면서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다운됐다”고 분석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반등은 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1.7% 하락으로 장을 마쳤고,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현지 총파업 사태까지 겹쳐 장중 3%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1.6% 하락으로 마감했다.

위안화 마지노선인 7위안이 무너진 것은 지난주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 결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00억 달러(약 365조 원) 규모 중국산 제품에 9월부터 10% 세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영향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이날 위안화 평가절하로 일종의 대미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7위안’이 붕괴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위안화 가치를 0.33% 평가절하한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6.9위안대로 잡은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기 때문에 인민은행이 사실상 외환시장에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그동안 중국은 자본유출을 우려해 달러·위안 환율 7위안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손을 놔버린 셈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조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전망 등의 영향으로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넘었다”며 “이는 시장 수급과 국제 외환시장 파동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에 위안화 하락 책임이 있다고 공격한 것이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강하게 반발, 양국의 대립이 벼랑 끝으로 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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