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보고서] 솔라파크코리아, 中 저가 공세에 빚이 된 빛…美·새만금서 '재기의 빛'

입력 2019-07-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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⑰태양광 모듈 생산업체 솔라파크코리아

빛이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빛을 따라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설립한 것이 지금의 태양광 발전소 업체 솔라파크코리아다. 대기업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수준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거대 중국의 공세는 막지 못했다. 태양광 시장은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음에도 재무제표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말았다. 빛은 빚이 됐고, 회생법원을 찾고 말았다. 어둠 속으로 아예 사라질 뻔했던 솔라파크코리아, 위기를 딛고 일어나 빛으로 빚을 갚으려 한다.

위기가 감지된 건 2011년. 차츰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흠집이 생겼다. 단가가 폭락해 2010년 1W(와트) 당 3달러에 거래됐던 태양광 모듈이 어느새 1W 당 0.5달러에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당국을 앞세워 태양광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지원금을 뿌리면서 저가로 모듈을 납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모듈 가격이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태양광 모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단가가 폭락하면서 팔아도, 팔아도 손해가 막심했다.

◇ 자동차 부품사에서 태양광 사업체로 = 솔라파크코리아는 박현우 대표가 전에 몸담았던 인맥에서 시작된다. 1981년에 설립된 인맥은 산업용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인맥을 태양광 발전소 제작 업체로 바꿀 수 있었던 건 인맥이 갖추고 있던 자동화 설비다. 태양광의 모듈을 만들기 위해서 자동화 설비가 필요했는데 인맥의 설비로 인해 전환이 용이했던 것이다.

당시 박현우 대표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기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특히 태양광 사업은 친환경으로 인류의 지속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태양광 시장은 당시만 하더라도 블루오션이었다. 2007년 3월 30일 솔라파크코리아는 공식 출범한다.

첫 시작은 독일 기업 솔라월드AG와 합작해 절반의 지분을 갖고 솔라파크코리아의 전신인 솔라월드코리아가 설립됐다. 현재 완주군에 위치한 솔라파크코리아의 본사 건물은 유럽풍으로 지어졌는데, 초기 독일사와의 합작사로 시작된 게 반영된 것이다. 2008년 12월 제1공장이 준공되고 이때 대부분의 물량은 독일로 수출됐다. 2011년 7월 박현우 대표가 솔라월드코리아에 투자된 솔라월드AG사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순수 한국 기업으로 독립한다. 2012년 제1공장 뒤에 제2공장을 짓고 생산량을 550MW까지 늘렸다. 당시 단일 사이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태양광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도 무색했다. 솔라파크코리아는 2011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네 자릿수에 달했던 매출도 이때부터 세 자리로 줄었다. 위기가 아니라 붕괴의 조짐이었다. 이듬해 2011년 한 해 실적이 공개된 지 7개월 만에 솔라파크코리아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통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 사전협상계획안 작성된 첫 번째 사례 =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되고 2014년 상반기에는 281억 원 규모의 부채가 탕감됐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회복은커녕 2015년 175억 원으로 많이 늘어난다. 2017년 5월 말까지 워크아웃 기간이 연장됐지만 M&A 우선협상대상자 안건이 부결되면서 워크아웃은 중단된다.

워크아웃이 중단되자 2017년 7월 솔라파크코리아는 회생법원을 찾았다. 2017년 말 기준 솔라파크코리아의 자산은 약 523억 원, 부채는 약 1669억 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져있었다. 계속기업여부에 대한 경제성 평가에서도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초과했다. 사실상 기업을 없애는 게 더 이익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M&A가 진행된다면 청산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경제적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솔라파크코리아를 살리기로 한다. 회생법원은 M&A를 공고하기 전에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의 인가를 결정했다. 솔라파크코리아의 특징은 ‘사전협상계획안’이 작성됐다는 점이다. 잠재적 투자자와 조건부 M&A 투자계획을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시가 결정되기 전에 회생계획안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졸업이 가능했다. 보통 법원이 회생을 개시하면 그 이후에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고 동의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기 마련이다.

인수는 엑셀시아캐피탈코리아가 출자를 받아 조성된 사모펀드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출자하는 방식이었다. 엑셀시아캐피탈코리아가 조성한 사모펀드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유일하게 출자한 회사가 주식회사 바이오빌이었다. 인수대금은 총 136억 원으로, 회생계획안에 따라 이 돈은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의 전액을 변제하는 데 쓰였다.

공교롭게 바이오빌이 올 초 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담보로 설정된 지분이 메트로폴리탄 등에 넘어갔다. 현재는 지분이 변경돼 솔라파크코리아는 박현우 대표의 솔라파크홀딩스가 최대 주주(52%) 지위를 회복하고 나머지 지분은 메트로폴리탄에 있다.

회생절차는 이듬해 1월 관계인집회에서 통과된 후 2월 종결이 결정된다. 회생절차가 개시된 지 반년 만에 빠져나온 것이다. 회생안은 솔라파크코리아 채권단의 금전적인 손실이 컸던 탓에 박현우 대표는 채권단을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박현우 대표는 “회사는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의 손실과 피해가 컸다. 채권단의 동의를 받기 위해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 내수는 새만금으로, 외수는 미국 시장 = 솔라파크코리아는 2016년 미국 태양광 업체 솔라리아와 HD모듈 원천기술을 이전받아 양산을 개시했다. 올해는 솔라리아와 장기수출계약(5년)을 체결하고 태양광 모듈 7000억 원 상당을 수출하게 됐다. 또한 중국 폴리실리콘 기업인 GLC와 연간 500MW 규모의 상업용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제3공장을 상업용 모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한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R&D 센터를 지어 미래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이 그대로 실현되면 솔라파크코리아의 연간 생산 규모는 총 1250MW가 된다.

여전히 국내 주택시장의 태양광 모듈은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 밀려 있지만, 국책 사업은 솔라파크코리아에 기회가 됐다. 2018년 10월 정부는 전북 군산에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새만금에 세계 최대 규모인 3GW급 태양광 발전단지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설비의 구축을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솔라파크코리아가 참여한 것이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 뒤로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있는데, 이는 솔라파크코리아가 직접 생산한 제품이다.

솔라파크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에서 태양광 설비 설치를 강제하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솔라파크코리아도 발주가 급증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뿐 아니라 수출을 앞세우면서 점차 규모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솔라파크코리아는 조만간 임직원의 채용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워크아웃과 회생절차를 거치면서 떨어져나간 부분을 회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선 500명 이상의 직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솔라파크코리아는 태양광 시장의 잠재력을 믿고 다시 올라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인터뷰] 박현우 솔라파크코리아 대표, “경제 활성화ㆍ고용 창출 전북 대표 中企로 도약”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등 전라북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선도 주자로서 자리매김하겠다.”

박현우 대표는 29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초 회생법원에서 졸업한 솔라파크코리아의 앞으로의 다짐을 설명했다. 태양광 발전소 생산업체 솔라파크코리아는 전라북도 완주군에 자리한다. 잘 나갔을 땐 임직원이 500명에 육박했을 정도로 이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는 중견기업이었다.

회생절차를 밟은 후 직원 수가 100여 명으로 급감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해 기존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얘기했다.

솔라파크코리아의 장점은 ‘고효율 모듈’이다. 박 대표는 “솔라파크코리아가 생산하는 고효율 태양광 모듈은 현저하게 낮은 원가로 생산할 수 있다. 생산성의 향상은 물론 불량률 저하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솔라파크코리아에 대해 “중소기업이지만 국내외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대기업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가진 업체로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솔라파크코리아는 미국 솔라리아사와 업무 제휴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바 있다. 이로써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솔라리아에 수출하는 모듈 납품계약은 장기계약으로 5년이며 1.4GW 규모로 수출 누적액은 11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앞으로 양산기술이 접목되면 국내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과 품질에서 우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솔라파크코리아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적 요인이 컸다. 중국기업들의 덤핑으로 채산성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정상 영업활동만으로 만기 도래한 채무는 물론 변제기가 다가오는 채무를 상환할 수 없었다”라며 “채권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판단해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라고 얘기했다.

이러한 탓에 미국은 솔라파크코리아로선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솔라리아와 제휴를 맺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국내 가정용 설비는 중국과의 경쟁에선 떨어지지만, 미국 산업용 시장에선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앞으로는 현재 솔라리아 코퍼레이션과 함께 미국 시장과 아시아 고효율 시장을 주 타깃으로 영업 중”이라며 “미국, 일본, 아시아 등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국내외의 태양광 시장에서 다시 한번 도약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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