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정쟁에 손놓은 법안 처리 '115일째 0'…"일하는 국회법에 페널티 규정 만들어야"

입력 2019-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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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소위 월 2회 등 국회법 개정안 17일 시행…훈시 규정에 처벌 조항 없어

국회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사를 의무화 한 ‘일하는 국회법’이 지난 17일 시행에 들어갔지만 강제성이 없는 훈시 규정이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하는 국회법’은 각 상임위원회에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2개 이상 둘 수 있게 하고, 법안소위를 매월 2회 이상 열도록 정례화한 것이 골자다. 말 그대로 법안소위를 의무화해 일하는 국회를 만든다는 취지다. 상임위에 설치된 법안 심사 소위원회가 2곳이라면 매달 각각 2번 이상 회의를 열어야 한다.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52명 가운데 237명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 전체 국회의원의 80%에 달하는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찬성한 셈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앞으로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20대 국회는 이미 역대 최악의 ‘일 안하는 국회’로 기록될 만하다. 특히 지난 4월5일 이후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법안 처리 0 기간’이 115일째다. 이는 20대 국회 들어 두번째로 긴 기간이다. 20대 국회 출범 직후 185일 동안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1~7월 열린 본회의 수를 살펴보면 올해는 18회로 2017년(22회)과 2018년(19회)에 비해 적었다. 여야 정쟁이 격화한 탓이다. 6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반쪽 국회’였다. 여야는 고성과 막말을 주고 받다 끝났다. 민생법안도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올해 들어 ‘식물 국회’라는 지적을 유난히 많이 받고 있다. 국회법은 ‘2·4월 및 6월 1일과 8월 16일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20대 국회는 2016년 5월 30일 임기 시작한 이래 2·4·6·8월 임시회를 모두 개의한 적이 단 한 해도 없었다.

전체 상임위 법안 심사 관련 소위원회는 25곳이다. 현재 일하는 국회법을 지킨 상임위별 법안 심사 소위는 8곳에 불과하다. 3분의 1 만이 법을 지킨 셈이다.

20대 국회에서 전체 상임위가 법안 심사를 위해 연 법안 소위 횟수는 2016년 80회, 2017년 210회, 2018년 185회였다.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50여 회에 그쳤다.

상임위가 법안 처리를 하려면 법안 소위를 열어야 하는데, 여야 정쟁이 이어지면서 법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하는 국회법 규정이 강제성이 없는 훈시 규정이기 때문에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법안소위 정례화나 복수화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페널티’가 전혀 없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그만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야 간 입장차로 합의가 불발돼도 이를 처벌할 제재 조항이 없기 때문에 일하는 국회법을 보완할 강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발의된 법안이 쌓여 있고 언제 처리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법안 발의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며 “국민 소환제를 도입하고 일하지 않는 의원에게는 강력하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포르투갈, 인도, 터키, 호주 등은 법이 허용한 특별한 이유 없이 일정 횟수 이상 본회의에 불참하면 의원직을 박탈하기도 한다”며 “법 취지는 좋지만, 강제성이 없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국회 장기 파행을 막기 위해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새롭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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