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모두 원한다면...” 트럼프, 한일 갈등 관여 의향 본심은?

입력 2019-07-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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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 인류 달 착륙 50주년 기념일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날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한일 양국이 모두 원한다면” 중재에 나설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만약 그들(한일) 모두가 원한다면 관여할 것이다.”

악화일로인 한국과 일본 간 갈등에 침묵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다만 그의 애매한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관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만약 그들(한일) 모두가 원한다면 내가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질문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일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지원할 용의가 있다. 그들이 잘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고도 했다. 우선은 한일 당사자가 대립 해소를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중재를 의뢰받았을 때 “내가 얼마나 관여해야 하나. 북한 문제도 그렇고, 나는 (한일이 얽힌) 많은 다양한 일에 관여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염두에 두고 “특히 무역 분야에서 많은 마찰이 있다”고 설명하며 협력을 요청했다고 한다.

한일 양국이 주목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에 대해 ‘한일 양국 정상의 요청’이라는 전제를 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일 갈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반면, 일본은 아직 미국 측에 중재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한일 갈등을 관망만 하던 미국 입장에서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미국 정부는 한일 갈등에 관여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더구나 징용공 소송 문제를 둘러싼 대립에 대해서는 “한일 사이에서는 자주 있는 일”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일본이 대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하고, 한국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미국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 입장에서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대립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미국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의 철회 여부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8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회동에서 GSOMIA와 관련해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이 대북 정보에서는 압도적 우위에 있지만 한일 간 정보자산 공유는 필수인데, 한국이 GSOMIA를 파기할 경우 일본에 이어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은 아태 지역 동맹국 간 안보 대립이 깊어지면 자국의 패권이 약해져 결과적으로 중국이 이득을 보게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조만간 한미일 3개국 고위급 회담 개최를 검토하는 등 갑자기 분주해졌다.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의나 9월 유엔 총회가 유력하다. 또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1일부터 한국과 일본을 연쇄 방문, 한일 관계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한일 사이에서 어느 정도 중재 역할을 할 지는 미지수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한국 입장에서 중재를 요구했는데, 거기에는 트럼프가 해야 할 역할도, 할 수 있는 역할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의 목표는 더이상 관계가 악화하지 않게 한일 대화의 촉진제가 되는 것이며, 그게 안되면 안보를 둘러싸고 3개국 협력에 파급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트럼프가 “한일 모두가 원한다면”이라고 전제를 둔 것도 자신은 중립을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동맹국을 경시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왔다. 한일 관계는 트럼프의 진심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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