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뒷담화’ 주미 영국 대사 결국 사임

입력 2019-07-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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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10일(현지시간) 사임의사를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험담한 이메일 유출로 곤란을 겪은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결국 10일(현지시간) 사임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대럭 대사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대럭 대사는 외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문서가 유출된 뒤로 내 자리와 대사 임기에 관한 여러 추측이 있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내가 대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대럭 대사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앞서 영국 데일리메일은 대럭 대사가 2017년부터 최근까지 본국 외무부에 보낸 이메일 보고서를 입수해 6일 보도했다.

대럭 대사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두고 “예측 불가능하고 당파적이며 외교적으로 서툴고 무능하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보고서 내용이 공개된 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럭 대사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사임을 요구했다. 9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는 대럭 대사를 향해 “영국이 미국에 떠맡긴 이상한 대사는 거만한 바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만찬 행사 초청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당초 9일 예정됐던 영국과 미국 간 무역 협상마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뤄지자 대럭 대사가 결국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방송은 평가했다.

한편, 대럭 대사 문제를 놓고 영국 정치인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면서 영국 내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하원 ‘총리 질의응답에 참석해 대럭 대사가 사임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애석하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내각은 대럭 대사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럭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영국 대사는 솔직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그가 대사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물론 야당인 노동당 지도부까지 대럭 대사의 정당한 공무수행을 지지한 것과 달리 영국의 유력한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대럭 대사를 공개 지지하지 않자 비난이 쏟아졌다.

앨런 던컨 외무차관은 이에 대해 존슨이 대럭 대사를 내팽개쳤다면서 차리 총리 후보로서 비열한 행동이라고 공격했다 .

한편 영국 외무부는 외교 문서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먼 맥도널드 사무차관은 의회에서 자신의 외무부 재직 기간 발생한 최악의 누출범죄라며 총리실이 범인 색출을 위해 경찰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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