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WTO서 정면 대결…수출 규제 즉각 철회해야 vs. 무역 금수 조치 아냐

입력 2019-07-1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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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아 “일본 규제는 한국만을 대상으로 해”…한국 WTO 제소 절차 진행 여부 초점

▲한국과 일본이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수출 규제 문제를 놓고 서로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출처 NHK 동영상 캡처
한국과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 규제 강화를 놓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정면 대결을 펼쳤다.

한일 양국은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수출 규제를 놓고 격론을 펼쳤다고 일본 NHK방송이 보도했다.

당초 8~9일 이틀간 예정된 이번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 수출 규제가 안건에 없었으나 우리나라 정부가 전날 이를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해 논의가 이뤄지게 됐다.

일반적으로 상품무역이사회에서는 무역 실무를 담당하는 참사관급이 참석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날 회의에서는 백지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가 참석했고 일본도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보내 맞불을 놓았다.

백지아 대사는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일본은 신뢰가 손상됐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WTO 협정에는 그것을 이유로 수출 규제를 할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언급하면서 “일본은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중요성을 주장했다”며 “그 직후에 이와 같은 조치를 발표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꼬집었다.

백 대사는 “일본의 조치는 한국 산업은 물론 일본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산업과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수출 규제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하라 대사는 “우리는 무역 금수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의 국가안보 우려에 따른 수출관리 재검토 차원에서 운영상의 리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WTO 회의가 끝나고 나서 기자들에게 “일본은 단지 한국에 적용했던 간소화 절차를 변경해 정상적인 절차를 적용한 것일 뿐이라는 점을 설명했다”며 “WTO 규정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23~24일 예정된 WTO 일반이사회에서도 일본 수출 규제 부당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방침이다.

NHK는 한국이 향후 WTO 제소를 위한 절차를 단행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한국 수출 규제 강화와 대북제재 이행을 연결하는 발언을 한 것은 우리의 안보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WTO에 제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같은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며 “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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