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갑질’ 뿌리 뽑는다…소비자·임차인·하청업체 권익 강화

입력 2019-07-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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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사업자 지위 이용' 공공기관 일방적 거래관행 개선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이투데이DB)

정부가 공공기관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뿌리 뽑는다.

이를 위해 소비자와 임치인의 권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공기관의 사용 약관을 손질하고, 공공기관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원도급업체)에 일방적으로 비용부담 등을 떠넘기는 행태도 근절한다.

또한 공공발주 사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 모두에 일감을 주는 공동도급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에서 기획재정부 등 7개 관계부처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공정문화 확산'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은 전기·가스·수도·주택 등 여러 분야의 시장에 참여하면서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공공서비스(전기·수도)의 공급자이자 주요 공공시설(공항·항만)의 소유자로서 수많은 협력‧하도급업체 또는 소비자‧임차인들과 공공계약에 따라 거래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독점사업자인 공공기관에 일감은 받은 민간기업들은 공공기관의 요구대로 작업을 수행하는 애로가 발생하고 있고, 소비자나 임차인들도 공공기관이 일방적으로 정한 불공정 약관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어왔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먼저 공공기관으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은 소비자와 공공시설을 임대받은 임차인이 맺는 공공기관과의 거래조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소비자나 임차인에게 과도한 위약금·연체료를 부담시키는 규정 △소비자나 임차인의 계약해제·해지권을 제한하는 규정 △공공재·공공서비스 이용 취소·변경 및 환불 제한 규정 △임차인의 임대료 및 관리비 연체 시 일방적 점포 폐쇄 규정 등의 약관 조항을 소비자와 임차인의 권익 보장하는 방향으로 삭제하거나 보완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 공연·숙박·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배상·환불 등을 해줄 때에는 공정위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조건과 최소한 같거나 그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령 사업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돼 소비자가 입장료 환불을 요구할 때 공공기관의 배상·환불이 '입장료 전액 환불 및 입장료의 10% 배상'에서 '입장료 전액 환불 및 입장료의 20% 배상'으로 개선된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소비자에게 전기·수도·가스 이용량 검침일 변경 등 예정에 없던 조치나, 임차인에게 임대료 인상 등 추가적인 부담 조치를 취하려면 사전에 이들과 ‘협의’하는 절차를 갖도록 했다.

소비자나 임차인은 해당 조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조치를 거부할 수 있으며, 공공기관의 조치로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되는 경우 공공기관에 그에 상당하는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도 약관에 명시된다.

공공기관이 자신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에 충분한 대가를 주지 않거나 각종 위험·비용부담 등을 떠넘기는 관행도 근절된다.

공공기관의 이러한 행태는 직접 거래상대방인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로부터 일감을 받는 하도급업체 및 노동자에게도 악영향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공공기관이 계약금액의 기초가 되는 원가(cost) 산정을 위한 시장가격 조사 시 거래빈도, 조건, 품목별 특성 등을 고려해 최저가격, 평균가격 등을 적용토록 했다.

입찰참가 업체의 적격성을 심사할 때 적용하는 내부기준에 대해서는 품질·기술력에 관한 배점을 최대한 높이고 가격에 관한 배점을 축소한다.

또한 설계변경, 공사기간 연장, 납품기일 지연 등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협력업체에 일괄 부담시키는 등 협력업체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는 있는 특약을 계약내용에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

공공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예정에 없던 과업의 수행을 요구하는 경우 협력업체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협력업체가 공공기관의 요구에 따르는 과정에서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엔 공공기관에 그 비용을 보전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도 마련됐다.

산업재해 발생 우려가 있는 작업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협력업체에게 가급적 외주를 주지 않고 자신의 책임 아래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정부는 공공발주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들의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 및 입찰담합 근절에도 힘을 쏟는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이 원도급업체를 통해 하도급업체에 일감을 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 모두에게 공동으로 일감을 주는 공동도급 방식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이럴 경우 모든 업체가 수평적인 지위에서 공공기관과 직접적으로 거래할 수 있어 원·하도급업체 간 갑을(甲乙)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원·하도급관계가 형성되는 경우에는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토록 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이 하도급업체·노동자에 대한 대금이 체불되지 않도록 직접 지급효과가 있는 '대금 직불시스템'을 통해 대금을 지급토록 했다.

입찰 담합 방지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협력업체 선정 입찰 실시 시 참가업체, 투찰가격 등 주요 정보들을 공정위 시스템에 실시간 전송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이 담합에 따른 배상책임, 배상액 등을 입찰 참가업체의 서약서와 낙찰업체와의 계약서에 적고, 적발된 업체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됐다.

정부는 또 공공기관 스스로 공정거래 원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도입하고, 이를 임직원 평가에도 반영키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방안으로 공공기관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개선되고, 이것이 공정 문화 정립으로 이어져 공정기관과 거래하는 수많은 민간기업과 국민의 권익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공공부문의 공정문화가 향후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산되면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공정경제의 온기가 스며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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