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일본 수출 규제, 세계 공급망에 악영향…미국 마이크론, 최대 수혜자”

입력 2019-07-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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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도 파운드리 시장서 삼성과의 격차 더욱 벌릴 수 있어”

▲7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 감소폭. 단위 %. 검은색:삼성/ 빨간색:SK하이닉스. 출처 블룸버그
일본 정부의 대한국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긴장 고조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을 강타해 전자기기에 널리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와 기타 부품 생산에 차질을 일으켜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경종을 울렸다.

그동안 전 세계는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제재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중국의 두 부유한 이웃국가인 한국과 일본 사이에 일어난 분쟁은 애플 아이폰에서 델테크놀로지스의 노트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자제품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거듭 강조했다.

삼성은 한일 갈등의 폭풍에 휘말리게 됐다. 삼성 주가는 이날 2.7% 급락했으며 이달 들어 시가총액은 약 16조 원 증발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이날 1.5% 빠져 이달 증발한 시총이 1조5000억 원에 달했다. 양사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가한 3개 품목인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과 관련해 삼성이 보유한 재고는 각각 다르다. 그러나 한 소식통은 삼성의 현 재고가 평균적으로 1개월 생산분에도 못 미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생산을 감축하거나 현 상황이 지속되면 심지어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것이 바로 삼성의 실질적 지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전날 일본을 방문해 거래처들과 긴급하게 회동한 이유다.

블룸버그는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타협안을 마련할 지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을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아이폰과 기타 모바일 기기용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생산이 크게 위축되고 컴퓨터와 서버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을 대체할만한 공급처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한국 기업들이 풀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의 90% 이상을, 에칭가스는 44%를 각각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라쿠텐증권의 이마나카 야스오 수석 애널리스트는 5일자 리포트에서 “3개 품목 가운데 에칭가스는 반도체 제조에서 필수적이어서 수입이 정체하면 한국 반도체 업체가 받는 타격이 커진다”며 “리지스트도 이제 막 생산이 시작된 최첨단 기술용이어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에츠화학과 JSR 등 해당 품목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 요소”라며 “우리가 지금 할 일은 관망하는 것밖에 없다. 아베의 한 마디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일 분쟁에 웃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업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메이저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 TSMC도 퀄컴과 엔비디아 등 삼성 고객들에게 어필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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