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초당적 경제구조 혁신위 구성하자

입력 2019-07-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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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혁신성장 정책의 성과는 기술이나 사업보다 구조와 제도에 달려 있다. 개별 기업의 혁신적 기술사업이 꽃을 피우고 성장하려면 경제 구조와 제도의 토양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전통산업의 대기업 위주로 고착된 경제구조를 혁신 산업의 중소기업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하물며 한 산업의 구조조정이나 한 기업의 구조변화도 어려운데, 몇 십 년 동안 고착되어온 한 국가의 경제구조를 혁신지향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제구조를 단절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순위를 설정하고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과거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경제혁신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1단계→2단계→3단계 식으로 쌓아 올려가야(build-up) 가능한 것이다.

경제구조 개혁은 기존의 건물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그 건물의 기초와 구조를 변경하는 것과 같다. 낡은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 위에 새 건물을 짓는 것은 매우 어렵다. 거기다가 건물을 사용하면서 구조 변경 공사를 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과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구조개혁을 한 정권의 정부가 맡아서 다 추진해 종결할 수 없다. 여러 정권의 정부가 서로 연계해 추진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범국가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치적 합의와 국민적 동의가 이루어져야 중도에 정부가 교체되어도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조선, 해운, 자동차, 철강, 에너지 등의 여러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난항을 겪으며 실패한 사례를 보면 이런 노력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정부 내의 부처 간에도 입장이 달라 혼선이 발생해 혼란을 야기한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여러 정당의 정치적 합의와 정부 차원의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인가?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발생하는 반대와 갈등을 해소하고 봉합하며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과거 개발 독재 시대와 다른 상황에서 중장기 경제혁신 계획 자체가 수립되고 실행될수 있는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실험이 필요하다. 먼저 정치권에서 초당적 차원의 경제구조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국가 경제 개조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다음에 우리 경제의 10년, 20년 뒤의 모습을 그리고 현재와의 괴리(gaps between AS-IS and TO-BE)를 해소하는 정책 대안들을 다수의 국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결정된 내용을 법령으로 제정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라도 중도에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이행하도록 만들어야 경제구조의 개혁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조직에서는 ‘혁신성장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을 책임지고 주도하는 혁신부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 정부에서는 기재부가 혁신성장을 맡고 있다. 현재진행형의 경제정책 운영과 미래 지향적 혁신정책은 이질적이라 둘 다 잘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알려진 혁신정책에 예산만 늘려 투입하는 정도에 그칠 뿐, 구조개혁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서 기존 주력 사업을 맡은 부서에서 전혀 다른 신규 사업도 같이 추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가지 방안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합하여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과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정책을 통합해 수행하는 것이다. 통합부처의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 경제구조 개혁의 단계별 계획에 따라 부처별 중소기업 정책과 규제제도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경제구조 개혁이 정치적 구호나 정책 간판으로는 멋있다. 하지만 이행은 매우 어렵고 힘들다. 한 정부나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행할 수 없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IMF 위기가 왔을 때의 각오로 전 국민이 나서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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