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인싸 따라잡기] ‘마심’을 잡아라…대륙의 매운맛, ‘마라’가 휩쓴 대한민국

입력 2019-07-04 16:47수정 2019-07-0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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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어두컴컴한 방, 난생처음 맡는 냄새, 잔뜩 쌓인 양고기, 기름이 뜬 새빨간 탕.
처음 만난 마라탕의 모습이었다.

한 입을 권하는 이에게 익숙하지 않은 냄새와 코끝으로 느껴지는 강력한 매운향에 절로 손을 저었다. 도저히 먹어볼 용기가 나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 뒤, 그 시절 저었던 손이 민망해지는 때가 왔다.

대한민국에 마라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29일 노래 가사를 맞히면 지역 전통시장의 인기 메뉴를 먹는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에서도 마라를 이용한 ‘마라샹궈’가 소개됐다. 지역 전통시장에 ‘마라’를 이용한 요리를 판매하는 점도 신기했지만, 이보다 더한 건 출연진의 반응이었다.

“요새는 마라지.”, “마라가 다 휩쓸어요.”, “와~ 진짜 맛있겠다.”
그들의 표현에서 ‘어색’, ‘거부’, ‘불호’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마라샹궈를 먹기 위해 더 열심히 게임에 임하는 자세만 있을 뿐.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마라는 매운맛을 내는 중국 사천 지방의 향신료다. 저릴 '마(麻)', 매울 '랄(辣)'. 이름 그대로 혀가 저리고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이다. 마라는 라자오(고추) 기름에 화자오를 섞어 매운맛을 내는데, 혀를 마비시킬 만한 알싸한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이 화자오다.

대표적인 마라요리로는 마라가 들어간 탕 요리인 마라탕, 마라 소스에 각종 재료를 볶은 마라샹궈, 마라소스에 민물 가재를 볶은 마라롱샤가 있다.

특히 홍탕(마라탕)으로 알려진 중국식 샤부샤부가 가장 익숙하다. 엄밀히 말하면 마라탕은 주방에서 끓여 나온 일품요리를 뜻한다. 실제 기자가 10년 전 만났던 요리도 이 홍탕 샤부샤부였다. 백탕과 홍탕으로 냄비가 나뉘어 양고기와 완자, 채소 등을 익혀 먹는다.

흔히들 마라 입문용으로는 마라샹궈를 권한다. 볶음국수와 비슷하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게 하는 마라향이 가장 적게 나는 편.

마라롱샤는 일명 ‘장첸요리’라고도 불린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첸 역의 윤계상이 맛깔나게 마라롱샤를 먹어 치운 덕이다. 그가 야무지게 먹은 식당은 ‘마라롱샤 맛집’으로 이미 콕 찍혔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핫플레이스는 어느덧 ‘마세권’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저기서 ‘마라위크’를 보내려는 ‘마심’ 충만한 이들이 ‘혈중 마라 농도’를 채울 ‘마세권’으로 향한다.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대림 방면과 건대 주변은 ‘마세권’의 중심지다. 한집 걸러 ‘마라향’이 난다는 마라성지다. 중국 정통 마라탕, 마라샹궈 외에도 한식에 마라 소스를 입힌 ‘합작메뉴’가 넘쳐난다.

원체 매운맛에 환장(?)한다는 한국인들에게 환장하게 매운 마라라니…. 언젠가는 반드시 만날 운명이었다. 이미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매운 등갈비, 매운 주꾸미, 매운 족발, 매운 닭발. ‘매운’이 붙여진 요리에 마라라는 수식어만 붙이면 된다. 마라 주꾸미, 마라 족발, 마라 닭발 등 다양한 매운 요리들이 마라로 ‘등업’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1인1닭의 민족이 어디 갈까. 이미 땡초, 붉닭 등의 매운 치킨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치킨업계에게 마라는 매력적인 소스다. bhc치킨의 ‘마라칸치킨’, BBQ치킨의 ‘올리브 마라핫치킨’은 더 매운맛을 찾는 손님들의 입맛을 불태우는 중이다.

간편식도 빼놓을 수 없다. 편의점 간편식품 코너에서 마라는 정말 쉽게 눈에 띈다. 강력한 빨간색 때문만은 아니다. CU의 ‘마라시리즈’만 살펴봐도 ‘마라새우’, ‘마라족발’, ‘매워도 포기마라’, ‘눙물을 참지마라’, ‘꼬불이 마라탕면스낵’ 등 마라로 세끼를 다 먹을 기세다.

GS25에서 판매하는 ‘마라땅콩’, 세븐일레븐의 ‘마라닭강정’, ‘마라볶음삼각김밥’ 또한 인기 메뉴다.

11번가는 풀무원 ‘생면식감’과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콜라보 한정판에 마라를 삽입했다. 한정판 마라탕면인 ‘포기하지 마라탕면’이 그 주인공이다. ‘포기하지 마라탕면’은 한화이글스에 중독된다는 ‘마리한화’의 신조어에서 따왔다. 마스코트 수리가 마라탕면에 빠져 있는 깜찍한 이미지도 눈길을 끈다. (한화팬이다) 이글스라 행복해지고 싶었는데 마라 때문에라도 행복해야 하나 순간 고민이 들었지만, 야구까지 침투한 마라의 능력에 부러운 박수를 보낼 따름이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이런 마라 열풍을 두고 전문가들은 ‘에스닉푸드(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제 3세계 전통음식)’가 식품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평한다. 생각해보면 이국적인 음식 열풍이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베트남 쌀국수, 대만 카스텔라, 중국 양꼬치 등이 그 바람을 지났다.

그 바람에 즐겨 생소하지만 특이한 맛을 즐긴 이들은 새롭게 문을 두드린 ‘마라’를 격하게 환영 중이다. 이제 너도 조금 뒤에는 익숙한 우리네 이웃이 될 것이라는 왠지 모를 믿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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