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화웨이 제재에 삼성·SK 하청업체들도 신음”

입력 2019-07-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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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화웨이테크놀로지 제재 여파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용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도 고통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소규모 반도체 부품 업체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1일(현지시간) FT에 따르면 서울 외곽에 있는 서광하이테크의 경우 1년 전만 해도 생산 능력을 늘리려고 은행에서 10억 원을 대출 받았다. 그러나 2년에 걸친 컴퓨터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기가 끝이 나면서 작년 말부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서광의 매출이 50%나 급감하면서 직원 30%를 내보냈고, 지금은 대출 이자 갚기도 빠듯하다. 이도원 사장은 “사람들은 올 하반기에 시황이 회복될 거라고들 하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가 경기 침체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내년 말 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공장 폐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서광하이테크만 겪는 고통이 아니다. FT는 한국의 소규모 전자업체들도 세계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화웨이 제재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들이 공급 능력을 줄이면서 그 서플라이 체인들에까지 위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것보다 실상은 더욱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SK증권의 김영우 애널리스트는 FT에 “무역전쟁과 화웨이 제재로 수급이 왜곡돼 반도체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출처:FT
전문가들은 재고 증가로 인해 하반기 서플라이 체인들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르키트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업계의 매출은 7.4% 감소한 4462억 달러로 전망된다. 이는 업계 최악의 경기 침체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내년 자본지출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 수요 회복은 점점 더 어려울 것”이라며 “제조업체들의 재고량이 3분기에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는 한국 서플라이 체인들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화웨이는 한국 IT 분야의 최대 고객으로, 연간 반도체 부품 80조 원어치를 구입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양대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출의 5~15%를 화웨이에서 얻는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반도체 산업 컨설팅업체 DRAM익스체인지는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올 하반기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며 “서플라이 체인들은 가격 하향 압박을 받을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서플라이 체인이 글로벌하게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업황 침체와 무역전쟁은 한국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민간 설비투자는 1분기에 전년 대비 거의 20% 감소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 낮췄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향후 6개월간 회복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FT는 외부 역풍에 대처할 수 있는 소규모 공급업체는 많지 않다며 원화 약세가 그나마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가격 하락 압력을 상쇄하기엔 불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30%를 차지하는 부품업체 IDF의 최원창 대표는 “반도체 관련 재료는 달러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그런데도 고객사들은 원화 약세를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구해 마진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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