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 “금수저 아니면 도둑질해야 집 사”… 악몽의 캘리포니아

입력 2019-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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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집값·세금·규제에 ‘탈출 행렬’

1990년 이후 유입보다 유출 많아

기업도 反기업문화 지쳐 이주 고민

사람들만 이주하는 것도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주요 기업들도 본사를 텍사스로 옮기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최대 의약품 유통기업인 맥케슨, 편의점 공급업체 코어마크, 미국 스무디 1위 브랜드인 잠바주스 등이 ‘탈(脫)캘리포니아’ 행렬에 동참했다.

대다수 기업들이은 샌프란시스코 이외 지역에서의 고용을 대폭 늘리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평가받는 찰스스왑은 텍사스로부터 600만 달러 이상의 인센티브를 받고 올해 말까지 텍사스에서의 고용을 늘리기로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캘리포니아 탈출 행렬의 원인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무엇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이 사람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우리 지역의 문제는 감당하기가 버겁다”며 “우리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캘리포니아 드림의 정수인 사회이동성이 위기에 처했다”고 현실을 평가했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기관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비용을 비롯한 생활물가의 고공행진 탓에 캘리포니아 거주민의 3분의 1이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간 소득이 5만 달러(약 5800만 원) 이하이면서 저학력인 계층의 타격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중간계층의 주택 자가비율도 1940년대 이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미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 챕맨대학의 조엘 코트킨 교수는 “캘리포니아에서 젊은층의 신분 수직 상승은 불가능하다”며 “부유한 부모를 만나거나 은행을 털거나 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캘리포니아에 새로운 형태의 봉건주의가 출현했다”며 “최상위 계층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라고 혹평했다.

두 번째는 세금 문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소득세율(Income tax rate)이 높다. 최고 소득세율이 13.3%에 이른다. 반면, 텍사스는 주 소득세가 없다. 그 대신 높은 재산세를 물린다. 텍사스 재정 수입의 대부분은 판매세에서 나온다.

기업들에 대한 세금도 세다. 경제 자문회사 코스몬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최근 여섯 차례의 선거를 거치면서 기업과 거주민에 대해 800개 이상의 지방세를 물렸다. 예를 들어 지난해 캘리포니아는 총 매출이 5000만 달러가 넘는 기업에 홈리스를 위한 자금을 거두는 내용을 통과시켰다. 대기업의 경우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생존하기 버거운 구조다.

세 번째는 친기업문화 여부다. 텍사스의 경우 캘리포니아와 달리 기업들을 장려하는 문화가 자리잡혔다. 이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텍사스 주지사였던 릭 페리가 주도했다. 그는 당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다양한 주들을 돌아다니며 기업들을 텍사스로 유지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렉 애보트 현 텍사스 주지사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 부분에 대해 “우리가 과거의 영화에 젖어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다른 주들이 기업들을 모셔가기 위해 노력할 때 손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마지막 원인은 지나친 규제다. 샌프란시스코의 기술회사 대표는 “쿠바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게 샌프란시스코보다 쉽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CNBC방송은 텍사스가 미국 주들 가운데 ‘기업하기 좋은 주’ 1위에 오른 반면 캘리포니아는 25위에 그쳤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가 고학력 인력풀과 혁신 측면에서 강할지는 몰라도 친기업 성향과 비용 측면만 두고 보면 꼴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많은 규제가 결국 주택비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텍사스에서는 건물 허가를 받는데 수개월이면 되지만 캘리포니아는 수년이 걸린다. 환경영향평가가 길고 비싼 법률비용이 수반된다.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 기업 대표는 “나도 친환경주의자다. 그런데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정상이 아니다. 모든 게 더디고 느리다”고 지적했다.

지금 이대로는 캘리포니아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1% 인구가 소득세의 46%를 내는 등 부자들이 세금 부담을 떠안아왔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속가능한 구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한 캘리포니아의 주요 수입원이 소득세이다보니 주식시장 실적에 좌우되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페이스북은 기업공개(IPO) 당시 홀로 19억 달러를 세금으로 냈다. 그런데 이건 시절이 좋을 때나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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