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농사’에 '축구장 5000개' 농지 사라졌다

입력 2019-06-23 12:17수정 2019-06-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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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사업 위한 농지 전용, 1년 만에 두 배 늘어

▲GS건설이 경북대학교 연구진과 실증 시험 공동연구를 위해 경상북도 군위군 경북대학교 농업과학대학 부속실습장에 설치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시험 모듈 전경(사진 제공=GS건설)
농촌 내 태양광 사업 바람이 불면서 농지가 사라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윤상직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 발전 사업을 위해 전용(轉用)된 농지 면적은 3675.4㏊로 전년(1437.6㏊)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축구장 5147개 면적과 맞먹는다.

농식품부의 농지 전용 허가 건수도 크게 늘었다. 태양광 발전 사업을 위한 농지 전용 허가 건수는 2016년 2033건이었지만 2017년 6593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엔 1만6413건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전북(2070.5㏊)과 전남(1266.2㏊), 경북(628.7㏊) 순으로 태양광 발전으로 사라진 농지가 많았다.

이 같은 추세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농촌 태양광 설치를 장려하면서 비롯됐다. 정부는 2017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농촌 지역에 2030년까지 10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확충되는 태양광 시설(30.8GW)의 3분의 1이 농촌에 들어서는 셈이다.

농가에서 많이 설치하는 200㎾ 규모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면 한 건당 농지 2600㎡(800평)가 필요하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농지 1만3000㏊가 사라질 위기다.

문제는 이 같은 농지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식량 안보 목표로 삼은 2023년 곡물 자급률 27.3%를 달성하려면 최소한 농지 165만㏊를 확보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전국 농지 면적은 159만6000㏊였다.

그나마 대안으로는 농지 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농사와 발전을 같이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이 꼽힌다. 하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관련 법규 정비가 늦어지면서 사업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윤 의원은 “정부는 졸속 에너지 정책으로 인한 무분별한 농지 잠식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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