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脫원전 고집에 서서히 무너지는 민간생태계

입력 2019-06-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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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원전산업의 민간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두산중공업 등 원전업체 핵심인력이 쉴새없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대학생조차 관련 전공을 기피하고 있다. 이 추세가 더 지속되면 회복불능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수십년간 원전사업만 해 온 민간기업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후 2년 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벼랑끝으로 내몰렸지만 정부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가동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을 전격 선언했다. 문 대통령의 한마디는 삼척과 영덕 4기, 울진의 신한울 3·4기 등 총 6기에 대한 신규 원전 계획을 백지화 시켰으며 사실상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원전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중공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에도 원자로를 수출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자랑하며 한때 20조 원 규모 해외 원전을 수주하기도 했던 두산중공업은 2년 만에 인력, 실적 모두 심각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두산중공업이 흔들리면서 덩달아 타격을 입은 280여 개의 협력업체는 더욱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3월 기준 이들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호황기 대비 최소 30%, 많게는 50%까지 줄어들었다.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연간 7억~8억 원에 달하는 공장 운영비는 상당한 부담이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권은 ‘원전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이들 기업의 대출 요청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협력업체들은 몸집을 줄이며 40~50%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두산중공업의 50여개 사내협력업체도 150~200명을 줄인 상태다.

이들 업체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당초 계획된 작업기간을 단 1년이라도 늘리며 어떻게든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업계의 한 전문가가 “수십년간 원전사업만 해온 사람들에게 탈원전을 하라는 것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장의사 염하는 방법을 공부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미래가 불투명 해진 원자력 산업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학업에 임하는 학생들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지난해 신입생 5명 중 1명이 자퇴했으며, 2016년까지만 해도 원자력·양자공학을 선택한 학생이 22명에 달했던 카이스트의 올 상반기 전공자는 0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원자력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은 산업의 뿌리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전체 민간 생태계의 붕괴를 의미하는 복선”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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