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ILO 국장 “韓핵심협약 미비준 시 EU 무역제재 배제 못해”

입력 2019-06-14 11:10

“핵심협약은 보편 권리…조건 달 문제 아니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연합뉴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국제노동기구(ILO) 국장에 오른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은 한국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 시 유럽연합(EU)에서 무역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국장은 13일(현지시간) ILO 총회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용노동부 기자단과 한 인터뷰에서 EU가 한국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불이익 조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EU 측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무역 제재는 비관세 제재가 굉장히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EU는 비관세 제재를 아주 오랫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에 그런 방식의 제재는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ILO는 결사의 자유·강제노동 금지·아동노동 금지·차별 금지에 관한 8개 협약을 가장 기본적인 핵심협약으로 분류해 모든 회원국에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결사의 자유(제87호·제98호)와 강제노동 금지(제29호·제105호)에 관한 4개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조건없는 핵심협약 비준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내용이 국내 노동계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러한 경영계 주장에 대해 이 국장은 "핵심협약은 모든 노동자가 어디에 있든 누려야 할 가장 보편적인 최소한의 권리에 관한 것"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협상을 하거나 조건을 달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건 그냥 보편적인 권리로 인정하자고 만든 게 핵심협약이니까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이것 저것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 않겠느냐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조가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노동자 단결권에 관한 핵심협약 제87호, 제98호는 노조를 하자는 권리가 아니다"라며 "단결할 권리, 조직할 권리이고 단결, 조직의 힘으로 당사자와 협상할 권리"라고 설명했다.

또 "그렇게 하면 다양한 열린 형태의 조직을 비정규직이나 취약계층이 스스로 조직할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라며 "민주노총, 한국노총 대기업 노조에 더 힘을 실어주자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법 개정을 동시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 국장은 "ILO는 올해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모든 회원국이 최소한 한 개 이상 협약을 비준하자는 게 기본 캠페인"이라며 "한국도 가능하면 올해 한두 개라도 빨리 협약을 비준하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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