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저을 때 아니다"…멈춰버린 강남 재건축

입력 2019-05-27 15:37수정 2019-05-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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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감도(사진=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클린업 시스템)

정부가 높은 규제 강도로 재건축을 옥죄면서 강남에서도 사업 시동을 끄는 아파트 단지들이 나타나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치쌍용2차 재건축조합은 25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과 상근이사 해임안건을 235명 참석자 중 228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대치쌍용2차는 억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이유로 사업을 반대하는 조합원이 많았다. 이번 총회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조합 임원진을 자리에서 내리고 재건축 사업을 잠정 중단하자는 목적에서 개최됐다.

이 단지는 재건축 사업으로 현재 4개동 364가구를 6개동 560가구 규모로 새단장할 예정이었다. 조합은 새 조합장을 뽑고 초과이익환수 관련법이 바뀔 때까지 사업을 잠정 휴면 상태에 둘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재건축 부담금 부과 개시 시점을 ‘조합설립추진위 승인 날’에서 ‘사업시행인가 날’로 바꾸는 관련법 개정안(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발의)과 아예 폐지하는 법안(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 발의) 등이 계류 중인 상태다. 두 법안은 초과이익 환수 부담을 다소 줄이거나 아예 없애거나의 차이다.

대치쌍용2차의 행보는 이웃단지인 대치쌍용1차의 전철을 밟은 것이다. 대치쌍용1차는 2차와 마찬가지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부담으로 시공자 선정을 미루다가 3월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진 전원을 바꾸고, 재건축 사업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이 단지는 1대 1 재건축, 리모델링 등 초과이익 환수 부담을 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후부터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서울시의 재건축 사업 규제 및 개입 등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강남 한강변의 대표적인 사업지인 압구정3구역도 주민들이 재건축 잠정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위가 올해 설계비 등으로 400억 원의 예산을 짠 것이 문제가 됐다. 괜한 예산 낭비 말고 지구단위계획 확정까지 추진위 운영을 중단하자는 요구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 지난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실시한 ‘압구정 3구역 재건축추진위원회 운영 잠정중단에 대한 소유주 설문조사’ 결과, 약 90%가 잠정중단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추진 동력이 주민의 지지에서 나옴에 따라 사업 중단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에 의해 사업 제동이 걸린 단지들도 있다. 송파 잠실주공 5단지와 강남 은마아파트의 경우다. 시가 강남 재건축 ‘속도 조절론’을 펼치면서 잠실5단지와 은마에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가 워낙 심해 이번 정권을 넘기고 사업을 본격 추진하려는 판단이 들 수 있다”며 “이처럼 정비사업 지연이 계속 이뤄지면 강남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을 더 키우고, 집값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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