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해킹에 책임 느낀 협력사 직원 ‘극단적 선택’…법원 “산재 아니다”

입력 2019-05-26 10:57수정 2019-05-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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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에 책임을 느껴 우울증을 겪던 파견업체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가 한수원 협력사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유지관리 업무를 해오던 2014년 12월 한수원의 원전 도면이 외부로 유출되는 해킹 의심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업무 특성상 외부로부터 직원채용 관련 컴퓨터 파일을 전송받는 일이 흔했다. 때문에 외부에서 들여온 파일에 바이러스가 심겨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해킹사건을 일으킨 것은 아닌지 걱정하다 불안감이 심해졌다.

정신건강의학과 진찰을 받은 A씨는 회사에 사직 의사를 밝혔으나,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병가를 부여했다. 이후 해킹사고가 A씨 책임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우울증 증상은 호전됐다. 그러나 한수원이 경주로 이전하면서 A씨도 근무지를 옮기게 되자 우울증이 다시 심해졌다. 결국, A씨는 발령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유족은 “해킹사건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우울증이 발병했다”며 “증상이 점차 호전되어 갔으나, 데이터센터를 경주로 이전하는 업무, 기존업무와 관련한 시스템을 새로이 정비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업무 등으로 우울증이 재발했다”며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사회평균인 입장에서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 및 그로 인한 우울증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해킹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으로부터 해킹사건의 책임이 있는 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았다거나, 회사 등이 책임을 추궁했다는 정황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며 “우울증 발병에 해킹사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있으나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줘 우울증을 발병하게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지방발령에 대해서도 “지방발령은 아무런 전조 없이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이라며 “지방발령으로 인한 부담감이 견디기 어려운 정도였을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수인계, 교육 등 업무, 워크숍 준비 등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었던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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