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면 이용자 거부합니다"…김수영 리디 CSO의 '자신감'

입력 2019-05-23 06:00수정 2019-05-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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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콘텐츠에 사활 걸었다…전자책 서비스와 출판업계 상생해야"

▲김수영 리디 최고전략책임자(CSO)가 1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리디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저희의 근간은 IT입니다. 다른 최상위권 디지털 회사만큼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저희는 도태될 거예요. 출판 업계는 저희를 서점으로 보지만, 저희는 스스로 디지털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국내 전자책 시장 1위 회사인 리디주식회사의 김수영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리디가 기술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바야흐로 구독경제 시대다. 이용자의 눈높이는 천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세계적인 디지털 콘텐츠 회사가 존재한다. 전자책을 읽을 때 넷플릭스 뷰어만큼 편하지 않다면? 이용자들은 바로 리디에 불만을 제기한다.

김 CSO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리디 사옥에서 만났다. 리디는 척박한 도서 출판 시장에서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진 전자책(e-Book) 만으로 10년을 버텼다. 2009년 말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던 때부터, 리디는 출판이나 서적 판매를 중심으로 여겨졌던 책 시장을 IT가 기본이 된 '플랫폼'으로 바라봤다.

어떤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고객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10년간 고민했다. 월정액 무제한 도서대여 모델인 '리디셀렉트'를 선보이고, 전용 전자책 단말기 '페이퍼'를 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3월 기준 리디 가입자 수는 360만 명이 됐다. 지난해 국내 전자책 시장점유율 52%는 리디의 몫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크기는 여전히 작다. 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한국 도서출판 시장에서 전자책 시장은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안에서도 '첫 달 무료' 등의 서비스 때문에 전자책 시장에 진입한 이용자들을 유료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 CSO는 "정액제 서비스 이용자는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며 "그러므로 리디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영 CSO는 '수면 고객'이 아닌 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리디의 어떤 서비스가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을 유료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는가.

"좋은 콘텐츠를 경험한 분들은 남는다. 한달에 얼마라는 금전적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는 것인데, 거기에 핵심 포인트가 있다. 할인과 같은 이벤트는 일시적으로 고객을 붙잡을 수 있지만, 이용자가 효용을 느끼지 못하면 결국 떠난다. 리디북스 서점에는 약 231만 권(3월 기준)의 콘텐츠를 확보했다. 한국 전자책 서점 중 가장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우리는 돈을 내면서, 책을 읽지 않는 고객을 가장 경계한다. 이들은 자신이 내는 돈에 상응하는 가치를 못 받고 있다. 그런 분들에게 다방면으로 알린다. '왜 안보세요! 이 책 나왔는데 안 보실래요?'하면서 계속 시도를 한다. 수면 고객이 많은 건 좋지 않다. 단기적으로 수익면에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이들은 돈을 낭비하는 거다. 그런 돈은 다른 데서 쓰면 된다. 좋은 콘텐츠를 제공했을 때 만족하는 분들을 최대한 모아야 한다. 이들이 '진성 고객'으로 연결된다. 팬을 잡으라고 하지 않나."

- '리디셀렉트'는 4000여 권의 책만 서비스하고 있다. 몇만 권을 서비스하고 있다고 내놓는 다른 곳에 비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리디가 정액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가장 고민한 건 '과연 읽지도 않는 책이 많은 게 고객에게 의미가 있을까'이다. 아무도 먹지 않는 김밥 같은 것만 잔뜩 있는 뷔페보다 호텔 뷔페처럼 고기를 좋아하면 질 좋은 고기를 맛보고, 회를 좋아하면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좋지 않겠나. 이용자들은 책을 읽든 안 읽든 매월 돈을 낸다. 그렇다면 그들이 만족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들어오시면,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으실 수 있다'고 말한다. 이건 여기 있는 책들은 좋은 책밖에 없다는 콘셉트이기도 하다. 한달에 6500원이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데, 이용자들은 권 수는 적을지라도 리디북스에서 별점 4.0 이상을 받거나 MD가 큐레이션 한, 퀄리티가 보증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독점 연재'를 추구하고 있진 않은가.

"그렇지 않다. 당연히 좋은 질의 콘텐츠를 모으는 과정에서 출판사나 작가들이 리디셀렉트에 먼저 제공하겠다고 하면, 저희는 그것들을 잘 기획해서 담는 것이다. 일반 종이책이 출간되려면, 최소의 부수, 분량이 나와야 한다. 50페이지 종이책을 돈 받고 팔 순 없다. 그런데 전자책은 50페이지든, 500페이지든 가격만 다르게하면 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종이책을 시도하기 어려운 분들이 같이 시도하고 만들어가자고 제안해주시고, 저희도 제안한다. 출판업계와 그런 부분에서 공감대가 있어 협업하고 있는 것이다."

- 최근 리디는 책 소개 스타트업 디노먼트와 IT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컴퍼니를 인수했다. 계속 회사의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것인가.

"디노먼트는 마케팅 채널이다. 오히려 리디가 고객이었던 상황이다. 같이 일해보니 일을 정말 잘하고, 시장의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나 마케팅, 홍보에 대한 감각이 좋아서 같이 와서 일하자고 제안했던 거다. 아웃스탠딩은 리디의 직원들이 구독해서 보던 서비스였다. 활자 기반의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보면, 책은 '롱폼', 신문은 '숏폼' 콘텐츠라고 봤다. '숏폼' 콘텐츠를 협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상황에서 콘텐츠 생산의 역량을 갖고 있는 아웃스탠딩과 의견이 맞았다."

▲김수영 CSO는 "전자책 서비스의 발전이 출판 업계의 활성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모두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올해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 유니콘 기업이라고 평가받기도 하는데, 영업 손실을 보면 적자다.

"작년에는 현금 흐름상 흑자 전환이 됐다. 회계적으로는 비용을 잡아야 할 게 많다 보니 적자가 크게 보이는 부분은 있는데, 내부에서 현금이 흐르는 건 흑자 전환이 됐기 때문에 사업적으로는 궤도에 올라섰다.

전자책 시장도 성숙해지고 있어 기대가 가능하다고 본다. 영미권 사례를 보면, 전자책과 종이책 비중이 3대 7 정도로 수렴한다. 국내 시장도 자연적으로 전환될 시장이 남아있다고 본다. 저희는 전자책 서비스 제공 이후 출판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 전자책 서비스를 이용하고, 소장하고 싶은 책은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했다."

- 논란이 됐던 50년 무료대여 서비스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 있나.

"50년 대여 서비스를 출판사와 진행할 때 방식은 책 판매와 같다. 한 권씩 계약할 때마다 출판사에 권당 분배 비율에 맞춰 돈을 드린다. 출판사는 책을 파는 거다. 다만, 책을 팔면 저작권이 이전되는 게 당연한 원리인데, 50년 대여는 50년 후 저작권을 출판사가 돌려받는 것이다. 독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맞춰 50년 대여 서비스를 진행했다. 자율협약에서 탈퇴한 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를 나왔고, 담합 의심 소지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법을 저지를 수 없지 않나.

아직 시장이 95%가 종이책이다보니, 종이책 중심으로 정책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 상황은 저희도 잘 이해하지만, 사실 전자책이나 디지털 콘텐츠에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잡음이 계속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장기적으로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출판업계 분들도 전자책에 대해 익숙해지면 좋은 균형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자책과 관련된 법이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궁금한 게 있다. 50년 대여 서비스를 금지한다고 하면, 일반 오프라인의 도서 대여점은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가. 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는 건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하는 건인가. 종이책과 관련한 법안도 미비한 상황에서 전자책만 한정해 입법하려고 하니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출판사와 전자책 서비스 업체는 서로 경쟁이 아닌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출판사가 생산한 콘텐츠를 저희는 유통한다. 둘 중 한 명이 죽으면 다같이 죽는 그림이 나온다. 어떻게든 상생해야 한다. 출판사나 작가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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