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좀 데려가"···이라크 건설 현장 ‘좌불안석’

입력 2019-05-22 05:00수정 2019-05-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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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이 공사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일부 지역은 입주를 시작했다(사진=한화건설)
미국과 이란 사이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인근 나라들까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중동지역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참석차 백악관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뭔가를 저지른다면, 엄청난 힘(great force)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벌어진 로켓포 공격을 계기로 강경책으로 돌아선 모습이지만 이란 역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어느 때보다 충돌의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이란과 테러 대상지인 이라크에 현장을 두고 있는 건설사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 정부는 15일 안전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이라크에 있는 자국 외교공관에서 필수 업무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들에게 이라크를 떠나라고 지시했고, 미국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17~18일 미국인 직원 전원을 인근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로 철수시킨 바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건설사 중 이란에 진출한 기업은 없고 이라크에는 14개 건설사가 진출해 34개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일단 공사를 진행하면서 현장 상황을 면밀히 체크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정부차원의 대책이 나오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라크의 가장 큰 건설현장은 한화건설이 진행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성 사업으로, 수도인 바그다드 인근(동남쪽 20km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현재까지는 안정적인 상태로 확인되고 있는데 한화건설은 혹시 모르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만큼 한국대사관 및 이라크 유관기관과 핫라인을 강화하는 한편 현지 정보망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신도시 사업은 정부사업인 만큼 이라크 경찰이 캠프 내에 본부를 세우고 상주하고 있어 테러집단이 쉽게 공격할 수 없는 곳이다”면서 “약 500여 명에 달하는 이라크 군·경이 한화건설 자체 인력과 협조해 방호방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 본사와도 24시간 비상연락망을 유지중이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과 SK건설이 공동으로 수주한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 역시 협력업체 직원 등 총 750여 명의 한국인이 일하고 있는 곳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이라크 미대사관 관련된 테러 등은 상황이 어찌될지 현장 정보망 등을 통해 확인하면서 이후 사태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철수 등의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대부분 이라크 국책 사업인 만큼 위험성이 감지 되더라도 쉽게 현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쉽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발주처의 승인 없이 공사를 중단할 경우 공사일정에 대한 귀책사유가 되고 이로 인한 피해 보상 등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리비아 사태 당시에도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야 철수 명령이 떨어졌는데 이때 한국 건설사들이 가장 늦게까지 현장에 남아있었다는 것은 업계의 유명한 일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건설사들이 운영하는 대부분의 현장이 현지에서도 안전한 편이 속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대화로 해결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현지 상황을 심도 깊게 살펴보고 있다”면서 “현장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만반의 준비는 해 놓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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