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거물들, 인권 논란에도 사우디 국제금융포럼 참석 논란

입력 2019-04-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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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은 카슈끄지 살해 비난하며 행사 불참·올해는 37명 처형에도 참가…아람코 IPO 등 큰 돈벌이 되는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24일(현지시간) 정부 고위 관리와 월가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국제금융포럼인 금융섹터콘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리야드/AFP연합뉴스
월가의 거물들이 인권 논란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금융포럼에 대거 참석해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24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금융섹터콘퍼런스에 월가 유명 인사들이 대거 모습을 보였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와 존 플린트 HSBC CEO, 대니얼 핀토 JP모건체이스 최고운영책임자(COO), 모건스탠리의 친 초우 아시아 담당 전무이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것은 사우디 정부가 전날 테러 관련 혐의로 37명을 집단 처형한 가운데 포럼이 열렸다는 점이다.

사우디가 전날 사형을 집행한 사람 중 대부분은 현지 이슬람 소수파인 시아파에 속했다. 또 사형수 중 한 명은 처형을 당한 후 십자가형에 처해지기까지 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사우디가 고문을 통해 끌어낸 자백에 의존한 가짜 재판을 했다”며 “이는 공정한 국제 재판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고등판무관도 이날 트위터 성명에서 “사형수 중 최소 3명은 선고를 받을 때 미성년자였고 한 남성의 시신은 공개적으로 전시됐다”며 사우디의 집단 처형을 비난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월가 인사 누구도 회의 무대에서 인권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JP모건과 모건스탠리 측은 논평을 거부하고 HSBC와 블랙록은 답변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CNN은 꼬집었다.

지난해는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여파로 외국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같은 해 10월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에 대거 불참하며 사우디와 냉랭한 관계를 보였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 살해 용의자 11명 중 5명에 사형을 선고해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탈석유 경제개혁인 ‘비전 2030’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FII를 포함해 다양한 국제 포럼을 최근 왕성하게 개최하고 있다.

사우디는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고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등 자신들의 경제개혁에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

월가도 큰 돈벌이가 되는 사우디에 더는 등을 돌릴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이달 초 125억 달러(약 14조5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은 무려 1000억 달러 이상의 수요가 몰리는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아람코는 2021년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이달 초 리야드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만삭스와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모두 아람코 회사채 발행의 주간사로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핑크 블랙록 CEO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아람코 회사채 일부를 매입했다”며 “사우디에서 또 다른 기회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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