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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김두호 식량과학원장 "국민들에게 미래 밥상 선물하고 싶다"
입력 2019-04-15 21:22

12일 전북 완주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정문을 들어서자 푸른 보리밭이 드넓게 펼쳐졌다. 블랙보리, 새싹보리 등 식량과학원에서 몇 년 동안 내놓은 ‘히트작’들은 모두 이 밭에서 나왔다. 기능성, 소비자 입맛, 농가 소득 증대라는 ‘세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두호 식량과학원장이 있다. 식량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김 원장을 만나 우리 농업의 길에 대해 들어봤다.

◇“국민에게 미래 밥상 선물하고 싶다”

김 원장은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참 동안 이 성과를 자랑했다. 그의 사무실 한편은 식량과학원이 개발한 종자들과 그것을 가공해 만든 제품들로 빼곡했다.

그는 올해 국립식량과학원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목표로 안정적인 식량 공급원 확보와 식량 산업의 부가가치 향상을 꼽았다. 김 원장은 특히 “이제는 식량 산업이 단순히 먹거리를 공급해 주는데 그치지 않고, 식량작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농업인의 소득원이 되고, 신(新)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에게 미래 밥상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은 품질이다”

김 원장은 인터뷰 내내 “결국 수입산 작물과 품질로 경쟁해야 한다”며 ‘차별화’를 강조했다.

국내에서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작물인 쌀도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최근 쌀 공급 과잉과 외국산 쌀 수입 문제에 대해 “쌀가루용 쌀을 만들면 떡이나 과자, 국수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며 “쌀의 재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 말대로 쌀가루를 활용한 가공산업 활성화는 우리나라 농업의 오랜 숙제였다. 하지만 쌀은 밀과 달리 물에 불린 후에야 가루를 낼 수 있어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문제였다.

식량과학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쌀가루를 만들 수 있는 신품종을 몇 년 새 잇달아 개발했다. 김 원장은 “수원542호를 비롯해 신길, 한가루 같은 쌀가루용 품종이 나오고 있다. 이런 품종들로 수입 쌀과의 경쟁을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식량과학원은 사양 품목으로 여겨졌던 밀에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원장은 “밀은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주식인데 국내 자급률은 1% 안팎에 그친다.”고 걱정했다. 그는 “수입 밀과 차별화하기 위해 Non-GMO(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은 식품) 알레르기 저감 밀인 ‘오프리’와 세계 최초의 컬러 밀인 ‘아리흑’을 개발했다”며 “기존 밀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가공제품을 만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청년 농업인 없으면 우리나라 농업 희망 없어”

김 원장과 식량과학원은 식량 산업의 미래 준비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청년농 육성이 대표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 한국농업 혁신 보고서’에서 한국 농업의 과제 중 하나로 ‘세대교체’를 꼽았다. 식량 농업 분야는 특히 고령화가 심한 분야로 꼽힌다.

김 원장은 “청년 농업인이 없으면 우리나라 농업에 희망이 없다.”며 “지난해부터 쌀 생산·가공 분야에 종사하는 청년들을 뽑아 관련 이론과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는 드론을 활용한 파종·약제 살포법과 온라인 마케팅, 농업 경영과 관련한 법률 지식 등으로 교육 분야도 넓혔다.

◇“우리 실정에 맞는 최적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 개발해야”

식량과학원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재생에너지 연구다. 농촌이 재생에너지 보급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2030년까지 농촌 지역에 원전 10기에 맞먹는 10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보급하기로 했다.

식량과학원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신재생에너지 모델은 ‘영농형 태양광’이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농지 위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는 사업이다. 작물이 햇빛을 덜 받아 수확량은 다소 줄지만, 대신 발전 수익으로 농가 소득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최적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며 “벼, 맥류를 대상으로 환경 영향평가를 실시해 영농에 맞도록 태양광 시스템을 개선하고 최적의 작물 재배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남북 농업 교류 대비 식량생산기술 협력 준비”

김 원장에게 남북 농업 교류를 위한 준비를 물었다. “남북 관계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북미 관계, UN 제재 문제가 다 얽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른 준비가 어려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그러면서도 “남북 관계가 좋아져 농업 협력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자체 ‘식량작물 생산성 향상 기술개발’ 사업으로 벼, 콩, 보리 중 어떤 품종이 북한 지역에 잘 맞을지 선발 시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량과학원은 이를 위해 철원, 춘천 등 북한과 기후 조건이 유사한 지역에서 적응성 평가를 벌이고 있다. 김 원장은 “올해는 지역·작목별로 2~3개의 우수 품종을 선정하고 병해충 관리 등 재배 매뉴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라를 세우려면 농업이 흥해야 한다”

‘천하창국시흥농(天下創國始興農·나라를 세우려면 농업이 흥해야 한다), 지상창민유풍량(地上昌民由豊糧·국민이 번성하려면 식량이 풍부해야 한다)’. 김 원장이 외부 강연 때마다 늘 하는 말이다. 그는 이 말을 ‘식량과학원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현장을 중시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식량 과학기술의 개발·보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두호 원장은

1986년 농촌진흥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30년 넘게 농업 연구·개발(R&D) 정책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연구실과 농업 현장, 정책을 잇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과 기획조정과장,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과장 등을 지냈다. 충북 괴산군 출신으로 충북대에서 응용곤충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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