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독립성 흔드는 트럼프...연준 이사 자리에 또 ‘거수기’ 지명

입력 2019-04-0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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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준 이사에 지명된 스티븐 무어와 허먼 케인.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대한 금융 완화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석인 연준 이사 자리를 연이어 자신의 측근들로 채우고, 5일(현지시간)에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노골적인 속내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부채와 자산 버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치적 개입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면 금융 시장에 왜곡이 확산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갓파더스피자의 최고경영자(CEO)와 전미요식업협회(NRA) 회장을 지낸 허먼 케인을 공석인 연준 이사로 추천했다.

올해 73세인 케인은 1992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이사회에 합류해 1995~1996년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2011년에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검은 돌풍’을 일으켰으나 성희롱 의혹과 불륜 폭로 등 잇따른 성추문에 중도 사퇴했다.

연준 이사직은 총 7석인데, 현재 2석이 공석이다. 얼마 전 트럼프는 그 중 하나에 보수계 경제평론가인 스티븐 무어를 지명했다. 무어도 대선에서 대형 감세를 입안하는 등 트럼프 진영의 핵심 인물이었다. 케인과 무어 둘 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잘못됐다”며 트럼프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는 요직에 자신의 측근을 배치하면서도 연준 만큼은 독립성을 지켜주는 차원에서 전문가들을 지명했다. 그러나 연준이 작년 12월 트럼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태도를 바꿨다. 당시 트럼프는 제롬 파월 의장을 해임까지 하려 했다. 이후 파월이 입장을 바꿔 금리 인상을 보류하기로 했지만 트럼프는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연준은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기를 크게 둔화시켰다”고 재차 비판하며 “금리 인하뿐만 아니라 양적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올해 금리 인상을 보류할 계획이지만 그게 조직 전체의 입장은 아니다. 금융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의장과 부의장 등 이사 7명(현재 5명)과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중 5명이 투표권을 갖고 있는데, 이 중에는 “올해와 내년 모두 한 차례씩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매파도 여전히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측근을 보내 금융 정책에 개입하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개입은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60년대 린든 존슨 정권 당시, 대통령의 금리 인상 중단 요구로 연준이 1년 이상 금융 긴축을 보류하면서 인플레이션율이 2%에서 4%로 뛰었다. 재정 적자까지 전후 최악의 수준에 달하면서 달러에 대한 불안이 대두, 금본위제를 포기하는 1971년 ‘닉슨 쇼크’로 이어졌다.

이번에 연준 이사에 지명된 케인은 과거 불륜과 성희롱 의혹이 제기됐었고, 무어도 거액의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상원에서 통과될지 불투명하지만 트럼프가 이례적인 인사안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도 연준에는 강한 압력이 된다.

전문가들은 기축 통화인 달러를 움직이는 미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면 세계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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