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품은 패션 브랜드 '미운오리'서 '백조' 됐다

입력 2019-04-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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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내셔날의 '톰보이'ㆍ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의 '시스템', 글로벌 브랜드 꿈꾼다

(신세계 톰보이)
백화점이 패션브랜드의 구원투수로 부상했다. 1990년대 대표적인 여성복 브랜드였던 톰보이와 시스템은 2000년대 들어 나란히 쇠퇴기를 걸었지만 최근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국내 패션 대표 브랜드로 도약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자매 브랜드까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도전장을 내며 ‘망한 브랜드는 되살리기 어렵다’는 속설을 ‘망한 브랜드도 다시보자’로 바꿔놓았다.

이들 브랜드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백화점을 운영한 유통 노하우를 지닌 기업으로 인수됐다는 점이다. 톰보이는 2011년, 시스템을 운영해온 한섬은 2012년 한해 차이를 두고 정유경 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와 정지선 회장의 현대백화점그룹으로 각각 주인이 바뀌었다.

신세계톰보이는 1일과 5일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가 북경과 서안에 있는 SKP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잇달아 오픈한다고 1일 밝혔다. SKP백화점은 중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백화점으로 스튜디오톰보이는 6월 안에 1개 매장을 추가해 상반기에만 중국 내에 3개매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패션브랜드 상당수가 중국 내에서 철수하거나 중국기업에 브랜드 판권을 매각하는 상황에서 신세계톰보이의 중국 사업 강화는 이례적이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 중에서 중국에 직진출 하는 첫 번째 브랜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중국 사업을 본격화 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중국에‘신세계인터내셔날 차이나’라는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신세계 인수 당시 톰보이는 부도 이후 법정관리 상태로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40년 가까이 이어져온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라는 점에서 톰보이의 인수를 결정하고 인수 2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스튜디오톰보이의 매출은 1150억원으로 올라섰고 중국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성장속도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스튜디오톰보이의 중국 진출로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중국 진출 패션 브랜드는 보브, 지컷에 이어 3개로 늘어났다.

한섬의 대표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시스템옴므’도 최근 20개 해외 유명 패션·유통업체와 수출 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의 도약에 성큼 다가섰다. 정지선 회장이 4200억 원에 인수할 당시만해도 ‘과도한 인수금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모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로 도약한 것이다.

한섬은 지난 1월 프랑스 톰그레이하운드 파리 매장에서 진행된 제 1차 ‘시스템·시스템옴므’ 2019 FW 패션 단독 쇼룸 행사를 통해 전 세계 11개국 20개 패션·유통업체와 홀세일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미국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캐나다 라 메종 사이먼스 백화점, 이탈리아 하이엔드 패션편집숍 ‘안토니올리(Antonioli)’, 홍콩 최대 패션편집숍 ‘I.T’ 등이다. 대부분의 수출 계약 기업이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는 것도 국내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점이다. 아시아를 넘어 한국 패션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을 지 가늠하는 역할을 시스템과 시스템 옴므가 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매출 부진과 사업축소를 겪는 전통 패션브랜드와 달리 백화점이 인수한 브랜드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백화점 운영 노하우로 해외 백화점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어보면서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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