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고 경기 진단한다...‘하이힐·수퍼볼’ 이어 ‘크레인 지수’ 등장

입력 2019-03-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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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지수에 따르면 세계 불황 우려에도 미국 경제 ‘낙관’

▲뉴욕 퀸즈버러의 한 전철역 인근 주택 건설 공사 현장에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뉴욕/AP뉴시스

하늘을 보고 경기를 진단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건설 현장에 있는 장비로 경기를 진단하는 미국 건설 컨설팅 회사 라이더레벳버크널(RLB)의 일명 ‘RLB 크레인지수’를 1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 지수는 2015년 고용 시장과 시장 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개발됐다. 북미 13개 주요 도시의 타워크레인 총합을 바탕으로 산출, 소비자신뢰지수나 주택착공 같은 경제지표로 활용이 가능하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미국 건설부문의 고용 인력은 746만 명이다. 수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2006년 769만 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 최근 타워크레인 지수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이번 겨울 타워크레인 지수는 423이었다. 2015년의 439와 비교했을 때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LB 북미 지역 대표인 줄리안 앤더슨은 “건설 부문 고용이 계속 늘어 고용 상황이 충분하지 않으면 건설 부문의 비용은 증가한다. 이런 지수를 기반으로 건설업자들은 조금씩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RLB에 따르면 미국에서 크레인지수가 가장 높은 도시는 시애틀(59)이다. 캐나다의 토론토가 104로 가장 높았다. 꼴찌는 5개에 불과한 미국 피닉스가 차지했다.

미국에서 시애틀이 ‘크레인지수’ 1위를 수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존 덕분이다. 2010년 아마존이 본사를 시애틀로 이전한 후 한 때 버려진 공업지대였던 시애틀은 오피스 밀집 지역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시애틀에 빌딩 33채를 지어 ‘아마존 캠퍼스’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만 4만 명에 달한다. 7년 전 5200명에서 8배로 불었다. ‘시애틀의 기적’이라 부르는 이유다.

‘크레인지수’도 한계는 있다. 크레인지수는 RLB의 사무실이 있는 도시들만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휴스턴 애틀랜타처럼 시장이 활발한 도시는 제외됐다. 또 크레인지수는 10~80층 건물에 사용되는 타워크레인만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크레인지수만 놓고 보면 세계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는 상당히 낙관적이다. 로스앤젤레스(44), 뉴욕(28), 샌프란시스코(29)는 건설 경기가 호황이다. 뉴욕대학 부교수 지안 루카 클레멘티는 “미국 대도시는 지금이 건설 황금기다. 같은 수준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미국은 아직 도시화가 덜 됐다. 더 많은 건설 현장을 보게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컬럼비아 대학 자그디시 바그와티 경제학과 교수는 “1980년대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가 빅맥지수를 선보였던 1980년대 이후 경기를 측정하는 다양한 지수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한다. 빅맥 지수는 맥도날드의 대표 햄버거인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각 나라의 구매력을 평가·비교하는 경제지표로 쓰인다.

그밖에 ‘버터팝콘지수’, ‘수퍼볼 지수’, ‘하이힐 지수’, ‘쿠폰지수’ 등 특이한 지수들도 많다. 버터팝콘지수는 불황기일수록 소비자들이 극장에서 팝콘을 먹으며 시름을 잊으려한다는 데서 비롯했다. 수퍼볼지수는 미국 프로 미식축구 수퍼볼에서 어느 팀이 이겼는지에 따라 주식시장 연말 종가를 예측한다. NFC가 이기면 상승, AFC가 이기면 하락이라는 식이다. 경기 침체기일수록 하이힐을 신는 여성이 많아진다는 데서 착안한 하이힐지수, 경기 침체기일수록 비싼 위자료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 이혼율이 낮아진다는 이유로 생겨난 이혼율지수, 불경기일수록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쿠폰 사용이 늘어난다며 쿠폰 지수도 등장했다.

복잡한 경제를 단순한 현상으로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바그와티 교수는 “팝콘지수 같은 접근하기 쉬운 소재로 사람들이 경제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관련 지수들이 갖는 효용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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