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현정은-쉰들러 손배소...재판부 변경 뒤 '무소식'

입력 2019-03-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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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조정 결렬…3개월 째 "심리 중"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제공=현대그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가 벌이는 민사 소송이 재판부 변경으로 결론 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은 처음 배당됐던 서울고법 민사10부가 아닌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남양우 부장판사)에서 심리 중이다.

피고는 현 회장을 비롯해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김현겸 전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장 등 총 4명이다.

이번 소송은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5개 금융사를 우군으로 확보해 우호지분 매입의 대가로 파생상품 계약을 맺은 데서 비롯했다.

해당 계약으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700억 원이 넘는 거래손실을 입었고, 평가손실은 4291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대 주주인 쉰들러는 이 계약을 문제 삼아 법원에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임무를 위반해 손실을 초래한 경우 주주가 이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1심 재판부는 “주식매수 부담 등 경제적·법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파생상품계약은 효과적으로 경영권 방어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며 현정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쉰들러가 항소장을 제출하며 법정 공방을 이어갔다.

양측은 항소심에 이르러 법적 다툼을 합의로 매듭을 짓기 위해 3차례 조정을 했으나 지난해 12월 17일 조정이 결렬됐다. 변론종결 후 항소심 선고만을 앞두고 조정에 회부된 터라 조정이 결렬되자 곧 2심 선고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2월 법관 정기인사를 기점으로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3개월째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고 있다. 해당 사건을 심리하던 서울고법 민사10부가 폐부되면서 해당 사건이 민사14부로 배당된 것이다. 수원고법과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가 새로 설치되면서 서울고법 민사 4개 부와 행정 1개 부는 폐부됐는데, 그중 하나인 민사10부는 지난달 25일 자로 폐부됐다.

기존 재판부가 폐부되면서 사건을 새로 배당받은 민사14부가 기록을 처음부터 심리하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중요도가 높고 복잡한 사안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새로운 재판부가 기록을 검토하면서 변론이 종결됐더라도 다시 변론을 재개해 심리를 이어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해당 재판부에서 이 사건만 심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심리를 마무리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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