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양대 은행 도이체방크·코메르츠방크, 합병 논의 공식 착수

입력 2019-03-1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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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성사되면 유럽 3위 은행 탄생

▲독일 양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가 17일(현지시간) 합병 논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체방크 본사. 프랑크푸르트/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양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가 합병 논의에 공식적으로 착수했다.

두 은행은 1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정식적으로 합병 논의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들 은행은 경영난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해 수년 전부터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온 끝에 결국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WSJ는 풀이했다.

도이체방크는 “합병 논의는 ‘전략적 옵션’ 리뷰의 일환”이라며 “다만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도이체방크는 여러 차례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가운데 코메르츠방크와의 합병을 고려해왔으나 정식 발표로 이어지기 전에 논의가 끝났다.

코메르츠방크는 “두 은행이 합병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기로 이날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협상이 즉각 시작될 것”이라며 “두 은행은 구체적 논의를 위해 여러 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주 상세한 실사 과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합병 논의가 일주일 만에 끝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장기간의 협상을 거쳐 거래가 성사되면 프랑스 BNP파리바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2위 은행이 탄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전체로 놓고 보면 영국 HSBC홀딩스, BNP파리바에 이어 3위 규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은행의 자산은 총 1조9000억 유로(약 2444조 원)에 이르며 직원 수는 14만 명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두 은행의 결합은 마지못해 하는 결혼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두 은행 노조 모두 합병에 격렬하게 반대해왔다. 도이체방크 대주주 6명 중 5명도 내부적인 구조조정에 저해가 된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두 은행의 ‘각자도생(各自圖生)’에 의문을 품어왔던 독일 정부는 합병을 모색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해왔다. 독일 정부는 코메르츠방크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은행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 한 소식통은 “독일 재무부는 수출 주도형인 자국 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글로벌 은행을 탄생시킬 합병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2017년까지 3년 연속 최종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지만 경쟁 은행들에 비해 열등한 수익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최대 과제다. 코메르츠방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받아들인 정부 출자가 남아있어 경영 기반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독일 서비스 산업노조인 베르디(Verdi)는 “두 은행의 합병으로 최대 3만 명 알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DZ방크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합병으로 연간 비용이 23억 유로 줄어들 것”이라며 “그러나 고객들이 은행과의 관계에서 다각성을 유지하고자 다른 은행으로 옮길 수 있어 연매출 15억 유로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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