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흔의 共有하기] 해묵은 ‘문화재 관람료 갈등’ 언제까지

입력 2019-03-05 05:00수정 2019-07-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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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얼마 전에 만난 한 경제부처 국장급 공무원 A 씨는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정보라며 돈을 안 내고 계룡산을 등산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고 기자에게 알려줬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내려온 이후 주말에 계룡산을 찾는 공무원들이 많아졌다. 골프 등의 취미 생활이 어려운 공무원들은 건강을 위해 주로 등산을 한다. 부처별로 등산 동호회가 활성화돼 있고 매년 초 산신제도 지낸다. A 국장도 세종시로 내려온 이후 계룡산을 자주 찾고 있는데 동학사를 통과할 때마다 입장료 3000원을 내는 것이 아깝다고 했다. 그래서 돈을 안 내고 등산할 수 있는 코스를 찾다가 대전이 고향인 지인에게 물어 알게 됐다는 것이다. A 국장은 기자에게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코스를 설명해 주면서 다음부터는 돈 내지 말고 그곳으로 가라고 권했다.

계룡산 등산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동학사를 통과하는데 주차비 4000원과 입장료를 포함하면 1인 기준 7000원을 내야 한다. 어쩌다 가면 모르겠지만, A 국장처럼 자주 가는 등산객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문제는 2007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는데 왜 돈을 내냐는 것이다. 3000원은 뭘까. 동학사에 들어가기 위해 내는 입장료 3000원은 문화재 관람료다. 일반적인 코스로 계룡산 정상을 가려면 동학사를 통과해야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낸다. 가끔 등산을 하는데 동학사에서 돈을 왜 받느냐고 큰소리가 나기도 한다. 2010년 74명의 시민이 천은사를 상대로 문화재 관람료 부당 징수 관련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사찰을 관람하지 않는 등산객이나 통행 차량을 대상으로 한 문화재 관람료 징수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천은사를 비롯해 27곳 사찰에서 여전히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 등산객과 마찰을 빚고 있다. 불교계는 정부가 2007년 일방적으로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해 사찰과 국민 간의 불신을 제공했다고 비판하지만, 불교계도 국민 불신을 자초하는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렇게 걷은 문화재 관람료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재 관람료의 사용처는 사찰집행(53%), 종단분담금(12%), 교육기관 특별회계(5%) 등이라고 하는데 어디에 쓰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또 정부가 따로 문화재보수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어 중복 지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비슷한 예로 명동성당에 들어갈 때 성당 보수에 쓴다고 돈을 걷지는 않는다. 명동성당은 1898년에 건립된 유서 깊은 유적지로 사적 제258호에 지정돼 있다. 기자가 신도증이 있는 신도는 아니지만 절을 즐겨 찾고 삼배도 하는 입장에서, 다른 것도 아닌 문화재 관람료로 불교계가 욕을 먹는 상황이 안타깝다. 미세먼지가 극성이지만 꽃 피는 봄이 오면 많은 국민이 다시 등산화를 질끈 매고 산을 찾을 것이다. 정부와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 방안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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