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_여성기관&단체를 찾아] 이인실 "여성, 아이디어 내는 것 두려워 말아야"

입력 2019-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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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발명협회 이인실 신임회장 인터뷰

▲이인실 한국여성발명협회장이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지식재산센터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4차 산업혁명은 여성에게 정말 잘 맞는 변화예요. 이제는 1, 2, 3차 산업 혁명처럼 완력과 힘을 쓰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죠. 여성들은 과학이나 기술 분야에 대해 '나는 썩 잘하지 못해'라고 스스로 선을 긋는데, 아이디어 내는 것에 익숙해졌으면 해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20일 한국여성발명협회 신임회장으로 이인실(58) 변리사가 취임했다. 이 회장이 앞으로 2년간 이끌어나가게 될 한국여성발명협회는 창의적 여성 인력을 발명활동으로 이끌어 여성발명기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다.

협회는 '발명인'이 모여 사업을 추진하거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경력단절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3040 여성, 경제적으로 취약한 소외계층 여성, 창의력을 계발하고 싶은 여학생들이 발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회장은 첫 변리사 출신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이다. 청운국제특허법인 대표변리사인 그는 국제변리사연맹(FICPI) 한국협회장과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위원회 위원, 규제개혁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특허청 산업재산분쟁조정위원, 자체평가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30여 년 경력의 지식재산 전문가다. 이 회장은 "지난 30여 년간 만난 수많은 여성발명인의 열정과 분투를 봤다"고 했다.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여성발명협회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생각만 거듭했던 아이디어를 협회로 갖고 오면 구체화할 수 있게끔 도와주겠다"고 자신했다. 그의 직업인 변리사는 발명을 하고도 막막했던 이들의 아이디어를 문서화하고,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대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의 쌓은 현장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반인, 주부, 여대생들이 반짝 아이디어로 만든 것도 발명이고 그게 권리가 되면 특허입니다. 대기업 R&D 센터에서 연구원들이 개발하는 기술도 특허지만, 캔 따개에 홈을 파는 것도 특허잖아요. 충분히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거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아주 작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희망찬 메시지도 내놨다. '여성 발명 꿈나무들'을 향해 격렬한 손짓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발명이 어떻게 쉬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발명이야말로 막막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회장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협회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자격이 따로 필요한 것인가.

"협회 회원 중 발명을 해서 사업가가 된 분들도 많아요. 발명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협회 회원으로서 자격이 충분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아이디어를 좀 더 잘 낼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냈을 때 어떻게 현실적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는지 모두 협회에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협회에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것이고요."

- 경력단절 여성들이 특히 협회를 통해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여성경제활동 참여율 제고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과제라는 것은 잘 아시리라 믿어요.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지금 정부도 고민이 깊은 것 같습니다.

여성의 발명활동은 그 대안 중 하나예요.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으로 확보하면 새로운 경제활동의 기회가 열리거든요. 경제적으로 취약한 소외계층 여성분들과 경력단절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의 3040대 여성분들에게 발명에 도전해보시라고 권장하고 싶어요."

-전 세계가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에서 발명의 가치를 말해달라.

"사실 조직이나 구조 안에서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요. 하지만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아이디어를 내는 게 정말 중요해졌죠. '창의시대'예요. 겁먹을 필요가 없어요.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맞게 아이디어를 변형해 나가면 돼요. 예전처럼 거대한 집단, 거대한 노동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작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4차 산업의 흐름에 충분히 올라탈 수 있습니다. 산업이 발전하는 만큼 나의 경쟁력도 발전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작은 것을 구체화하고, 그것을 변형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죠.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어요.

4차 산업은 여성들이 강점을 살리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에요. 협회가 여대 발명동아리를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젊은이들이 창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예컨대 식당이나 서비스업만 생각하면 오래도록 살아남는 게 어려워요.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기술을 만들면 '내 것'이 됩니다. 하나를 만들고, 더하고 더해서 발전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돼요.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하고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협회로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이 회장은 "특허는 나의 것이라는 것을 확정받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완전한 선진국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개인의 지식재산을 강조하고 계시다. 우리나라는 지식재산권이 잘 보장된 나라인가.

"특허는 나의 것이라는 것을 확정받는 것이에요. 특허를 위해서는 정부와의 액션도 필요합니다. 정부도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막으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징벌적손해배상' 제도가 작년에 시행되면서 권리자를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어요. 권리를 확보하는 게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거죠.

우리나라가 모든 것에서 선진국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식재산권 분야는 완전한 선진국이에요. 권리보호하는 제도, 특허출원 건수 모두 '톱'입니다. 전세계 'IP5(Intellectual property 5)'라고 하는데요. 지식재산권이 중요한 나라 5개국에 속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 일본, 중국, 한국, EU가 'IP5'예요. 여성들이 아이디어를 개발하면 제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여건이 너무나도 잘 돼 있는 거죠. 홍보 부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관심의 부족과 자신감의 부족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으로서 계획을 말해달라.

"협회가 법인이 된 지 20년이 됐습니다. 저는 한국여성발명협회가 보다 공익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협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들, 경력단절 여성이나 싱글맘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희망해요. 한정된 정보밖에 얻지 못하는 분들이 협회를 통해 삶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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