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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 용인…‘패싱’ 우려에 SPC 먼저 요청
입력 2019-02-21 15:22
SK하이닉스, 4개 팹에 120조원 투자…SPC, 투자의향서 제출

120조 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경기도 용인이 낙점됐다. 이로써 SK하이닉스와 국내외 50개 이상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첫발을 내딛게 됐다.

21일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일반산업단지가 20일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SPC가 신청한 부지는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로 약 448만㎡(약 135만 평) 규모다.

◇지자체 경쟁 과열 속 반도체 업계 목소리 내기 =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제조업 활력 및 혁신 전략’을 발표하면서 10년간 12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미 평택 고덕에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핵심은 SK하이닉스로 꼽힌다.

문제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의 과열된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경쟁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전쟁은 이천, 청주, 구미, 용인, 충남도, 천안 등으로 확대됐다.

각 지자체 단체장들은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시의회는 결의문 및 건의문 채택, 서명운동 등을 벌였다. 또 시민연대 출범, 지자체장의 정치권 건의, 아이스버킷 챌린지까지 등장했다.

경쟁이 더 과열될 경우 유치에서 탈락한 지역의 기업 반감이 커질 수도 있고, 지자체 간 갈등이 격화될 우려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노린 정치인들이 정부부처와 반도체 업계에 접촉하며, 지역구에 클러스터를 유치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뒷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둘러싼 지역자치단체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작 사업을 영위할 반도체 업계는 눈치만 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애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정치적 논리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진행되면, 본래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반도체 기업들이 먼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는 마치 올림픽 유치 경쟁을 하듯이 지방자치단체들이 들고 일어서고 있다”며 “무엇보다 제조업 활성화라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사업 당사자인 반도체 업계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용인 요청 배경은…우수인재 확보 유리·반도체기업 85% 서울·경기 = 반도체 시설 투자는 한 두 푼이 아닌 조 단위의 대규모 금액이 투자되다 보니 효율성과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다. 지자체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막대한 자금을 정치 논리, 사회 환원 차원으로 접근해 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용인 부지는 △국내외 우수 인재들이 선호하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협력 생태계 조성이 용이하며 △반도체 기업 사업장(이천, 청주, 기흥, 화성, 평택 등)과의 연계성이 높고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 구축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원사 244개사 중 약 85%가 서울 및 경기권에 위치하고 있어, 용인에 신규부지가 조성된다면 실시간 유기적 협력관계가 가능해 진다. 반도체산업은 기술개발 및 생산 전 과정에서 제조사와 장비·소재·부품 업체간의 공동 R&D, 성능분석, 장비 셋업·유지보수가 필수적이다.

부지가 확정되면 SK하이닉스는 공장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120조 원 규모를 투자해 반도체 팹(FAB) 4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더불어, 국내외 50개 이상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도 이 단지에 입주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이들 국내외 협력업체와의 시너지 창출 및 생태계 강화를 위해 10년간 총 1조22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상생펀드 조성에 3000억 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상생협력센터 설립 및 상생프로그램 추진에 6380억 원, 공동 R&D에 2800억 원 등을 순차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클러스터는 반도체 공장 하나 들어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지반, 물, 전기, 물류, 화학물질 공급, 장비 협의할 곳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이런 입지 조건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면서 “R&D 측면에서도 취업 준비생들이 관심을 두고 매력적인 지역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1y) DDR5 D램(사진제공 SK하이닉스)

◇지자체 달래기 나선 SK =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용인을 건의하면서 다른 지역들의 반발을 우려한 듯 다양한 투자계획을 내놨다.

이날 SK하이닉스는 기존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 사업장에도 투자를 지속 한다고 밝혔다. 이천에는 M16 구축과 연구개발동 건설 등에 약 10년간 20조 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청주에는 작년부터 가동중인 M15의 생산능력확대를 포함해 약 10년간 35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청주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토지구입 양해각서(MOU)와 분양 계약을 충북도·청주시와 다음 달 체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이천은 본사기능과 R&D·마더팹(Mother FAB) 및 D램 생산기지로 △청주는 낸드플래시 중심 생산기지로 △용인은 D램·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및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 3각축을 구축해 중장기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SK그룹은 이와 별도로 향후 5년간 5대 중점 육성분야에 총 37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SK하이닉스 제외). 특히, 구미에 위치한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SK실트론은 SK그룹에 편입된 2017년 이후 생산능력확대를 진행 중이며, 향후 2년간 약 9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그룹의 향후 5년간 투자를 세부적으로 보면 차세대 ICT 16조 원(비수도권 7조 원), 에너지 신산업 10조 원(비수도권 9조 원), 소재산업 5조 원(비수도권 5조 원), 헬스케어·미래 모빌리티 등 6조 원(비수도권 1조 원)이다. SK그룹은 전체 투자 중 60%에 해당하는 22조 원을 비수도권에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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